10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아파트단지 건설 현장. 이곳은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곳곳에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상환정지 통지서’가 붙어 있다. 아파트 공사가 지연되자 분양받은 소비자들이 모기지 상환 거부 집단행동에 들어간 것이다.
이 아파트는 애초 이달 말 완공될 예정이었지만 수차례 공사가 중단된 탓에 전기·가스 등의 설치는 물론 외벽 공사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분양받은 소비자들은 차오양구 당국과 베이징은행, 개발업체인 스마오 등에 이 상태로는 대출을 갚을 수 없다는 내용의 통지서를 보냈다. 스마오는 2021년 기준 14위 대형 개발업체지만 자금난을 겪으면서 지난 1월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분양 소비자 모임은 당국의 검열이 엄격한 소셜미디어를 피해 SW 개발자들이 주로 쓰는 사이트에 게시판을 열었다. 현재 이 게시판 대문에는 ‘당과 정부를 믿으라’는 글이 걸려 있다. 정부가 이미 관리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해 판매하는 부동산개발산업은 중국 국내총생산(GDP) 통계의 10대 항목 중 하나다. 올 상반기 GDP에서 차지한 비중은 6.7%였다. 여기에 건축(6.3%)과 철강, 가전, 인테리어 등 각종 연관산업을 더하면 GDP의 30%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지방정부 재정 수입의 41%가 토지사용권 매각 수익이다. 중국 경제 성장의 3대 축인 부동산, 인프라, 수출 중 인프라 투자의 재원은 부동산에서 나온 것이다. 게다가 중국인 가계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이다.
영국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중국의 미분양 아파트가 3000만 가구, 분양됐지만 잔금 미지급 등의 이유로 비어 있는 집이 1억 가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10년 동안 새집을 짓지 않아도 될 정도의 공급 과잉이 발생한 것이다. 과거 고도성장기에는 이런 공급 과잉도 큰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다. 하지만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중국에서 부동산이 무너지면 가계, 정부, 관련 기업들이 일제히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현금 부족으로 공사를 중단하면서 아파트를 제때 인도하지 못하자 분양 소비자들은 모기지 상환 거부로 대응했고, 이는 다시 부동산업체의 재무 상태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정보업체 중국부동산정보(CRIC)에 따르면 중국 100대 부동산개발업체의 월간 주택판매액은 지난해 7월부터 올 9월까지 15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올 1~9월 누적 감소율은 45.4%에 달한다. 매출이 반토막 났다는 얘기다.
다급한 중국 정부는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기준금리격인 대출우대금리(LPR) 중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LPR을 올 들어 세 차례 인하해 연 4.30%로 조정했다. 핵심인 대출 규제를 철폐하는 등 근본적 변화 없이 하강 추세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많다. 중국 사업 비중이 높은 글로벌 투자은행(IB) HSBC는 최근 “최소 2년간 중국 부동산시장의 암흑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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