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짓자"…강남 모텔촌 '돈 되는 변신'

입력 2022-10-10 17:57   수정 2022-10-18 16:14

서울 송파구에서 20년째 모텔을 운영 중인 김모씨(63)는 최근 몇 달간 고민에 밤잠을 설쳤다. 지난여름 한 중소 건설사가 모텔을 200억원에 통째로 사겠다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큰돈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김씨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 인플레이션이 안정된 뒤 건설시행사를 골라 오피스텔로 재건축하면 더 큰 수익을 올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모텔사업주들 사이에 ‘오피스텔 재건축’ 바람이 불고 있다. 낡은 모텔을 리모델링하는 데 투자하는 것보다 수요가 많은 오피스텔로 재건축해 수익을 올리는 사례가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다. 건물 매각에 따른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이고, 보유 자산의 잠재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투자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서울시 일반상업지역에 건축 허가를 받은 오피스텔(559건), 청년주택(75건), 도시형생활주택(59건), 생활형숙박시설(17건)은 총 710건이다. 이중 오피스텔이 559건으로 전체의 78%를 차지하고 있다.

노후 모텔, 고층 오피스텔로 탈바꿈
10일 찾은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역 6번 출구 인근 모텔촌에서 영업하는 모텔은 일곱 곳에 불과했다. 이 지역에선 최근 5년 사이 모텔 20여 곳이 문을 닫고 그 자리에 고층 오피스텔을 짓는 건설 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기존 숙박업소를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하거나 재건축하면 매매가나 전·월세 가격이 주변보다 10~20% 저렴해 인기가 많다”며 “모텔 자체를 매도하는 것보다 재건축하는 게 건물주에게 실익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지역 모텔촌은 대부분 지하철과 10분 거리인 역세권에 있다. 기본적인 주거 수요가 뒷받침되는 지역이어서 재건축 수익성이 좋다. 또 대부분 일반상업지역에 있어 상대적으로 용적률 규제에서 자유롭다. 일반상업지역은 지방자치단체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최대 용적률 800%까지 건물을 지을 수 있다. 1990년대 건축된 모텔은 대부분 지상 3~4층 규모로 비교적 낮다. 대지면적 600㎡짜리 모텔을 용적률 800% 오피스텔로 재건축하면 15층 이상의 고층 오피스텔로 지을 수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3종 일반주거지역은 용적률이 250%로 제한돼 있어 공급 규모에 한계가 있다”며 “역세권에 밀집된 모텔들이 용적률 800% 규모 오피스텔로 재건축하면 주택 공급량이 많아 수익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도세 폭탄’도 피할 수 있어
모텔을 오피스텔로 재건축하면 양도세 부담도 피할 수 있다. 모텔 매각 시 사업주는 지방세를 포함해 통상 시세차익의 35%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10년 전 20억원에 매입한 모텔을 200억원에 되팔아 180억원의 시세 차익이 생겼다면 약 70억원의 세금이 매겨진다.

지난 10년간 땅값이 치솟으면서 재건축 사업비 마련을 위한 담보대출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장점도 있다. 만약 서울시가 추진하는 청년주택사업(30가구 이상 100가구 미만)으로 추진하면 연 2%대 금리로 최대 70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모텔을 오피스텔로 재건축한 사업주들은 대체로 전체 가구의 절반만 분양하고 나머지 절반은 전·월세를 주는 구조를 택한다. 전·월세 이익을 얻으면 건축비 등 공제 혜택을 받는 사업소득세를 내면서 건물의 가치 상승까지 노릴 수 있다. 서성혁 세무법인 한백택스 대표세무사는 “역세권 등 분양이 잘되는 입지에 있는 오피스텔이라면 전·월세로 수익을 내면서 건물값 상승에 따른 미래 수익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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