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90년대 '남아선호'가 초저출산 불렀다

입력 2022-10-11 18:05   수정 2022-10-12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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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0.7명대로 떨어진 한국의 초저출산율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게 바로 동아시아 문화권 특유의 남아선호 사상이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정부는 1980년대 ‘아들딸 구별 말고 한 명만 낳자’는 취지의 산아제한 정책을 폈고,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도 그런 기조를 이어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아들 한 명만’ 낳고 출산을 중단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남녀 성비가 무너졌고, 이것이 현재 한국이 직면한 초저출산의 배경 중 하나가 됐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25~29세 인구 366만 명 중 여성은 170만 명으로, 남성(195만 명)에 비해 25만 명 적다. 여성 100명당 남성이 114.4명에 달한다. 전 연령대를 5세 단위로 구분했을 때 남녀 성비(여성 100명당 남성 비율)가 가장 불균형하다. 30~34세도 333만명 중 157만 명이 여성으로, 남녀 성비가 111.9였다. 자연 성비는 105 안팎이다.

한창 결혼할 나이인 25~34세에서 남녀 성비 불균형이 커진 것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 연령대는 1987~1996년생이다. 정부의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으로 출산율이 장기적으로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명 이하로 떨어진 시기와 맞물린다. 특히 1990년생의 남녀 성비는 116.5까지 높아졌다. 통계 확인이 가능한 1970년 이후 최고치다.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이 남녀 성비 불균형을 키운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출산 억제 정책이 출산율이 2.1명 이하로 떨어진 1980년대 말 이후에도 이어졌다는 점이다. 정부가 출산 억제책을 접은 건 1996년이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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