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받은 버냉키 "강달러로 신흥국서 자본 유출"

입력 2022-10-11 07:17   수정 2022-10-1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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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벤 버냉키 전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10일(현지시간) "미국 경기가 연착륙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도전"이라고 밝혔다.

버냉키 전 의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 연착륙은 매우 어려운 도전이지만 Fed 인사들이 최선을 다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무척 어려운 상황이어서 나는 어떻게 될 지 답을 모른다"면서도 "Fed는 유능하고 매우 독립적이며 나는 예전 동료들에게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또 이전과 같은 저금리를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인플레이션은 완화될 것이고 경제도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며 "그런 일이 발생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다시 보게 되겠지만 팬데믹 이전만큼 낮은 금리 수준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또 Fed가 인플레이션 목표치로 잡고 있는 연 2%를 변경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버냉키 전 의장은 "Fed의 물가 목표치는 중기 인플레이션 목표여서 항상 충족할 필요가 없다"며 "구체적으로 6개월 동안 꼭 지켜야 하는 수치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Fed가 2% 목표를 수정할 생각이 없다고 한 데다 목표치를 2% 이상으로 바꾸면 Fed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또 향후에 위기가 악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이 금융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내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인한 경제적인 파급효과와 강달러로 인해 국제자본이 신흥국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 등을 예로 들었다.

또한 그는 그러면서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금융기관들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며 “아시아 등 신흥시장은 매우 강한 달러화로 인한 자본 유출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현재의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은 부실대출이라는 금융 시스템 내부의 문제이지만, 현재 경제 위기는 코로나19 사태라는 외부 요인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버냉키 전 의장은 "2008년에는 대형 은행이 무너지는 사태가 발생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며 "14년 전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버냉키 의장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Fed 이사로 일한 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Fed 의장직을 수행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을 펼쳤다.

그는 1983년 논문을 통해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은행의 인출 행렬이 은행뿐 아니라 경제 전체의 파탄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자신의 논문에 대해 "1983년 당시에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주장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날 밤 휴대전화를 끄고 잠자리에 들었기 때문에 시카고에 거주하는 딸이 집으로 전화를 걸어 노벨상 수상 소식을 알려줬다고 소개했다. 그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을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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