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전 세계를 경기침체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유럽연합(EU) 최고위급 인사가 미국 당국을 공개 저격한 것으로서, 이례적인 발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위원장(사진)이 10일(현지시간) "전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강달러를 잡고 역환율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미국 Fed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Fed가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도미노 금리인상을 주도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보렐 위원장은 이날 EU 대사 초청 행사에서 "지금으로선 모두가 Fed를 따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자국 통화가 평가절하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중앙은행 당국자들이 금리를 인상하기 위해 뛰어가고 있으며 이것은 결국 글로벌 경기침체로 몰고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렐 위원장의 Fed 비판 발언에 대해 "조심성이 없다"고 평가하면서도 "그는 'EU 역시 다른 나라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지배구조와 기준을 수출하려 했던 과오가 있다'고 자기성찰적 발언을 하는 과정에서 Fed를 저격한 것"이라고 전했다. 보렐 위원장은 이날 "EU가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하지 못했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보렐 위원장의 Fed 공개 비판은 미 워싱턴에서 이날부터 일주일간 IMF-세계은행 연차총회가 시작된 가운데 나왔다. 최근 세계은행도 "중앙은행들의 최근 동기화 정도는 5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각국의 동시다발적 금리인상은 내년 경기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4분기 연속 세계 경제 전망을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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