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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재고가 미국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기업의 가격 결정력을 제한할 수 있어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재고 과잉 위험이 큰 기업으로 포드, 아베크롬비앤피치, 마이크론 등을 꼽았다.
○“늘어난 재고는 영업이익에 치명적”
10일(현지시간)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공급망 병목이 풀리면서 공급은 정상화되고 있지만 상품 수요는 둔화하고 있다”며 “늘어난 재고는 기업 영업이익을 악화시킬 수 있는 치명적 위험요소”라고 지적했다.인플레이션이 부진한 수요의 배경으로 꼽힌다. 올 들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8~9%의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발표한 8월 CPI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8.3%로 시장 예상치(8.1%)를 뛰어넘기도 했다. 가격부담이 커지자 소비심리는 얼어붙었다. 미국 미시간대에서 집계하는 소비심리지수는 지난달 기준 58.6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0년(70~80)보다 낮은 수치다.
수요 둔화로 쌓이는 재고는 기업의 가격결정력을 낮춰 실적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많은 기업들이 넘치는 재고로 고전하면서 지난달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50.9)는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재고 과잉은 기업의 가격 인상 능력을 제한하고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 “포드, 아베크롬비, 마이크론 ‘주의’”
모건스탠리 투자전략팀은 과잉 재고 위험이 특히 높은 종목으로 포드, 아베크롬비앤피치, 마이크론 등을 꼽았다. 이들 기업은 비대해진 재고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실망스러운 실적을 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포드는 외국 투자은행 UBS가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하향한 종목이기도 하다. 패트릭 허멜 UBS 애널리스트는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가 자동차 구매 같은 대형 지출을 미루고 있다”며 “미국 자동차 업계가 앞으로 3~6개월 간 심각한 공급 과잉을 경험할 수 있다”고 했다. 해당 종목 주가는 최근 1개월 간 26.9%, 전날 6.9% 떨어졌다.
미국 의류기업 아베크롬비앤피치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마이너스로 내려갔다. 올해 3분기 주당순이익(EPS)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현재 -0.13달러로 1개월 전(-0.12달러), 3개월 전(0.51달러)보다 떨어졌다.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도 과잉 재고 우려 속 컨센서스가 하락 중이다. 내년 1분기 EPS 컨센서스는 0.06달러로 1개월 전(0.87달러), 3개월 전(1.34달러)보다 내려갔다.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2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밑돌기도 했다. 주가는 최근 1개월 간 11.3% 떨어졌다.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수요 둔화로 인한 재고 과잉을 올해 어닝시즌(실적 발표기간)의 주요 위험요소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 기업의 이익감소를 가속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 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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