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2010년 바이오를 ‘신수종 사업’으로 정한 뒤 투자를 꾸준히 이어왔다. 바이오 분야에서 ‘제2 반도체 신화’를 구현하겠다는 목표에서다.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해 바이오의약품 위탁 개발·생산(CDMO) 사업에 뛰어들었고, 10년 만인 올해 이 시장 1위에 올랐다. 삼성의 바이오 중심 신사업 전략이 가속 페달을 밟는 모양새다.
○세계 최대 생산시설 구축…2조 투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1일 인천 송도에서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인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준공식을 열었다. 4공장은 이날부터 전체 생산능력의 4분의 1 수준에 대한 부분 가동에 돌입했다. 연간 생산능력은 올해 6만L 수준으로 시작해 내년 완전 가동으로 총 24L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2020년계획(25만6000L)보다 줄었지만, 투자 금액은 1조7400억원에서 2조원으로 늘렸다.삼성은 이번 4공장에 이어 5공장, 6공장 건설도 추진한다. 생산 능력과 기술을 고도화해 ‘압도적 세계 1위’ 경쟁력을 확고히하겠다는 목표다.
이날 준공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업 현장을 방문한 것은 2015년 12월 3공장 기공식 이후 7년 만이다. 4공장 준공식에서도 이 부회장은 바이오 사업 투자 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2014년께 본격 경영에 나선 이후부터 삼성의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 때마다 바이오 사업은 중요 미래 먹거리로 꼽혔다”며 “바이오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큰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중국 보아오포럼에 참석했을 때도 “삼성은 정보기술(IT), 의학, 바이오 융합을 통한 혁신에 큰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혁신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더 적은 비용으로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앞으로도 바이오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확대를 추진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바이오 사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32년까지 바이오 사업에 투자하기로 한 규모는 7조5000억원에 이른다. 4000명 이상 인력을 직접 고용하면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회장 취임 앞두고 ‘현장경영’
산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연일 현장경영 행보를 이어가는 것을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광복절 특별복권 이후 주요 삼성 계열사 사업장을 찾아다니고 있다. 8월19일 삼성전자 기흥·화성캠퍼스를 시작으로 △삼성엔지니어링(8월24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8월26일) △삼성SDS(8월30일) △삼성생명(9월28일) 등을 방문했다. 이 부회장은 각 사업장에서 사업 현안을 점검하면서 미래 전략에 대한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회장 취임을 앞두고 주요 사업 현장을 챙긴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이 부회장은 오는 25일 이건희 회장 2주기를 계기로 ‘뉴삼성’ 등 새로운 비전을 발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발표 시점으로 11월 1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 11월 17일 이병철 회장 35주기 등도 거론된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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