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이자 얼마나 더 내나 [종합]

입력 2022-10-12 09:56   수정 2022-10-12 10:52


10년 만에 기준금리 연 3% 시대가 열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역대 두 번째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고강도 긴축 정책을 지속하면서 한미 금리차에 대한 우려가 커진데다 고(高)물가 고착화 우려, 환율 안정을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11일 한국은행 금통위는 정례회의를 열고 10월 기준금리를 현행 연 2.5%에서 3%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7월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했던 한은은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이후, 이번에 역대 두 번째 빅스텝을 단행했다. 기준금리가 연 3%대로 올라선 건 2012년 9월 이후 10년 만이다.

시장은 일찌감치 이달 빅스텝을 예상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7월부터 고수해온 0.25%포인트 수준의 점진적 금리인상(베이비 스텝) 기조를 9월 들어 바꾸면서다. 지난달 22일 Fed가 세 차례 연속 정책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에 나서며 고강도 긴축을 예고하자, 이 총재는 "Fed의 최종금리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4%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포워드가이던스(사전예고지침)에 대한 전제조건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통화정책 운용에 대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시사하자 시장에선 자연스레 10월 빅스텝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는 0.75%포인트 수준이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3~3.25% 수준으로, Fed가 남은 올해 남은 두 차례의 회의에서 빅스텝 이상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확률이 높은 상황이다. 11월과 12월 각각 0.75%, 0.5%포인트 금리를 인상할 경우엔, 연말 금리 상단이 4.5%에 달하게 된다.

한은이 빅스텝을 밟아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좁히면 국내 자본유출도 억제할 수 있고 파죽지세로 오르고 있는 원·달러 환율 안정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지난달 22일 이후 1400원대서 내려오지 않고 있는 원·달러 환율은 전일 영국 금융불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격화 우려까지 겹치며 하루 만에 22.8원 폭등하기도 했다. 환율 급등은 수입물가 상승을 부추겨 국내 물가 상황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이 총재는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5% 이상 고물가가 유지되는 한 물가 안정이 가장 중요한 목표임을 강조해왔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고물가 고착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국은행은 긴축 강도를 높일 수 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부작용도 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국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도 상승해 빚을 낸 차주들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어서다.

문제는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 및 부실 위험이다. 이미 시장금리가 오르고 기준금리도 상승하면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상단은 7%대를 넘어 연내 8%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출금리가 정점을 찍게 되는 셈이다.

한은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금융부채 고위험 가구는 모두 38만 1000가구로, 전체 금융부채 보유 가구 가운데 3.2%를 차지했다. 이들 고위험 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전체 금융부채의 6.2%인 69조 4000억 원에 이른다. 고위험 가구보다 다소 범위가 넓은 '취약 차주(대출자)'의 비중(전체 대출자 기준)은 올해 2분기 말 현재 6.3%로 집계됐다.

한은이 내달에도 빅스텝을 단행해 두 달만에 기준금리가 1.0% 포인트 오른다면 취약 차주의 이자 증가 폭은 7000억원까지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저소득층(하위 30%) 7000억원 △중소득층(30-70%) 1조 7000억 원 △고소득층(상위 30%) 4조 1000억원이다.

차주 1인당 이자 부담을 보면, 빅스텝으로 전체 대출자의 연간 이자는 평균 32만 7000원 증가한다. 취약 차주가 25만 9000원, 비취약 차주가 33만 2000원씩 더 내야 한다. 1.0% 포인트 뛰면 전체 대출자의 이자 추가 부담액은 65만5000원, 취약 차주의 경우 51만 8000원으로 증가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선 정부도 우려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를 잡고 환율을 안정시키려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경기와 대출자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문제도 있다"며 "이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느냐에 심각한 고민 지점에 있다"고 토로했다.

시장에선 금통위가 내달에도 추가 빅스텝을 단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금통위가 만장일치로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후 11월에 추가 빅스텝을 시사할 수 있다"며 "미국의 빠른 금리인상 속도가 유지되면서 내년 상반기 물가 둔화세가 이어지면 국내 기준금리 상단은 4%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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