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대폭발이 일어났던 5억 년 전 캄브리아기 때처럼 각종 컴퓨터 하드웨어가 폭발적으로 탄생하는 시기가 왔다.”
‘컴퓨터 과학의 노벨상’ 튜링상의 수상자인 팻 한라한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와 에드윈 캐트멀 픽사 공동 창업자(전 회장)는 “최근 하드웨어 발전이 한계에 달했다”는 일부 견해에 대해 반박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들은 “지금은 컴퓨터 역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시기”라고도 했다. 지난 8월 세계 최대 컴퓨터그래픽 콘퍼런스인 ‘시그라프 2022’에서 내놓은 분석이다.
한라한 교수는 정보처리장치의 황금기가 곧 도래한다고 했다. 그는 시그라프에서 특별 연사로 나서 “1999년 엔비디아가 내놓은 칩에 포함된 트랜지스터 수는 1700만 개에 불과했지만, 최근 애플 ‘M1 맥스’ 칩의 트랜지스터는 500억 개가 넘는다”며 “소형화된 처리장치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이 기존에 없던 컴퓨터들의 등장을 촉발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각에선 ‘반도체 저장용량이 2년마다 두 배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이 이제 유효하지 않다고 하지만 이는 ARM이나 인텔이 PC 성능 경쟁을 할 때 통용되는 얘기”라며 “그래픽처리장치를 통해 무제한의 연산을 할 수 있게 된 지금은 각종 작업에 최적화된 수많은 컴퓨터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캐트멀 전 회장은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술이 게임산업과 하드웨어의 폭발적 성장세와 함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게임 이미지를 만드는 알고리즘과 하드웨어 고도화는 머신러닝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낼 수 있게끔 한 원동력”이라며 “AR과 VR산업을 일으킬 기반 역할도 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밴쿠버=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