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공학·기계공학과 세부 전공이 바이오"…융합 연구로 혁신 이끄는 MIT와 하버드대

입력 2022-10-13 18:07   수정 2022-10-14 02:20

암과 싸울 면역세포를 교육하는 세포 사관학교, 2시간 걸리는 유전자증폭(PCR) 검사 기간을 2~3분으로 단축한 증폭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 등에서 개발 중인 미래 기술이다. 이곳은 재료공학·기계공학 등 공학기술과 바이오의 융합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고 있었다. 최근 10여 년간 한국 바이오 분야 화두는 병원과 기업 간 장벽 허물기였다. 세계 바이오산업 중심지인 보스턴·케임브리지는 달랐다. 병원과 바이오 기업이 부닥친 한계를 깨는 혁신의 주인공은 공대였다.

김성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MIT는 전자공학과 안에 일곱 번째 세부 전공 분야로 바이오가 있다”며 “바이오가 별도 전공으로만 있는 한국과는 다르다”고 했다. 한국 대학에선 바이오는 생명공학, 화학공학에서 다루는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미국 대학들은 기계공학과, 전기공학과 등에 바이오 세부 전공을 마련해 ‘융합 연구’를 돕고 있다.

그동안 제약·바이오 산업 성장은 새로운 화학 물질과 단백질 발굴의 역사였다. 이런 흐름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화합물로 만들 수 있는 혁신 신약의 조합이 한계에 다다르고, 인체 면역계 역할 등이 부각되면서다. 기존 화합물의 효과를 높이는 새로운 ‘전달 재료’, 전기신호 등 ‘물리적 자극’, 혈액 등 액체 흐름을 조절하는 ‘유체역학’ 등은 바이오 기술 한계를 극복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MIT는 보스턴·케임브리지에서 바이오 창업 구심점이다. 김 교수는 “MIT 학풍은 기술 상업화”라며 “창업을 통해 연구 결과물을 상업화하는 게 대다수 MIT 학생의 목표”라고 했다. 바이오 창업 요람인 랩센트럴은 이를 상징한다. 이곳은 자본이 부족한 연구자들에게 연구 공간을 빌려준다.

2013년 문을 연 랩센트럴엔 64개 초기 바이오 기업이 입주했다. 지난해 이곳 입주 기업들이 투자받은 금액은 60억3000만달러(약 8조5800억원), 누적 투자금은 169억달러다. 유일한 한국 입주기업인 K2B의 김종성 대표(보스턴대 경영학과 교수·사진)는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의 니즈를 파악할 커뮤니티가 필요한데 랩센트럴이 그 다리 역할까지 해준다”고 말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우 좀 더 창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피터 강 베스이스라엘다코니스메디컬센터(BIDMC) 교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펀드는 한국이 톱6 수준일 정도로 정부 지원이 많고 과학자의 기술적 수요 면에서 잠재력이 크다”며 “다만 보스턴을 모방하기보다 한국형 바이오 허브 구축을 위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스턴·케임브리지=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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