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바엔 아이폰 산다"…삼성폰에 뿔난 MZ세대 '반기' [위기의 갤럭시 上]

입력 2022-10-20 19:55   수정 2022-10-28 19:31

[편집자주] 갤럭시의 위기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추락하고 있다. 애플 아이폰은 삼성전자의 '안방'에서 보란 듯 세력을 넓혀가는 중이다.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선택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단지 기술적 요소가 아니란 게 삼성전자의 고민거리다. 애플의 성장 요인이자 삼성전자 위기의 핵심은 '미래고객 선호도' 차이에 있다. 현장의 반응을 짚어보고 향후 시장이 어떻게 재편될지 전망해본다.


"지금 쓰는 갤럭시S22를 끝으로 삼성폰은 이제 안 살 겁니다.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사태는 물론이고 후속 조치도 실망감이 커요. 유저들 등 돌리는 건 한 순간이에요."(삼성 스마트폰 커뮤니티 게시글)

"요즘 젊은 고객 중에 갤럭시 찾는 분이 거의 없어요. 10대도 20대도 아이폰만 보고 갑니다. 애플페이 나온단 소식 이후에 아이폰 인기가 더 많아졌어요. 삼성 폰에 통화녹음 기능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굳이 갤럭시 쓸 이유가 있느냐는 반응이에요."(서울 을지로 인근 스마트폰 매장 점원 A씨)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스마트폰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GOS 사태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애플페이라는 새로운 악재까지 만났다. 추락한 MZ세대의 신뢰와 호감도를 끌어올리지 못하면 머지 않은 미래에 애플에 '안방'을 내어줄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흘러나온다.

20일 시장분석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인터넷 트래픽을 기반으로 측정한 지난달 삼성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58.38%다. △6월 66.11% △7월 63.98% △8월 59.47%로 매달 감소하고 있다.

올 초만 하더라도 지난해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한 LG전자의 점유율을 삼성전자가 그대로 흡수했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반면 애플의 점유율은 하반기 들어 꾸준히 늘었다. △6월 27.28% △7월 29.45% △8월 32.97% △9월 34.1%로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양사의 점유율 변화에 신제품 출시 영향은 크지 않아보인다. 지난 8월 말 삼성전자가 '갤럭시Z폴드4·Z플립4'를 내놨고 애플은 이달 아이폰14의 판매를 시작했다. 어느 한쪽의 신작 효과로 '갭'이 벌어진 상황은 아니란 뜻이다.

기술의 상향 평준화, 길어진 스마트폰 교체 주기로 시장 성장이 정체돼 있는 점, 경쟁 무대가 삼성전자의 '안방'이라는 점에서 애플의 세 확장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GOS 사태로 신뢰도 실추…"속시원한 해명 없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의 뼈아픈 실책이 한몫한다. 지난 2월 불거진 GOS 사태는 갤럭시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단박에 꺾는 계기가 됐다.

삼성전자는 당시 출시한 갤럭시S22 시리즈에 발열을 잡기 위해 스마트폰 성능을 강제로 낮추는 GOS 기능을 탑재해 논란이 일었다. '역대급 성능'이란 홍보가 무색해졌고, 과장 광고를 했다는 비판과 함께 국내외 이용자들의 집단소송에 휘말렸다.

추락한 신뢰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 출석한 노태문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사업부장은 국감장에서는 물론이고 삼성전자 스마트폰 이용자 커뮤니티에서도 질타를 받았다. "제대로 된 해명도 사과도 없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삼성스마트폰카페의 한 이용자는 "노태문 사장이 국감장에서 어느정도 속 시원한 해명과 진심 어린 사과를 해주길 바랐지만, GOS 패치를 해줬으니 더 이상 불만사항이 없다는 말로 이용자들을 실망시켰다"고 했다. "애정을 갖고 제품을 써왔지만 최근 삼성 행보는 제품 선택을 다시 고민하게 할 정도"라고도 했다.
애플페이 한국 온다…갤럭시 충성고객 확보 '관건'
국내 상륙을 코앞에 둔 애플페이는 또 다른 악재다.

애플은 이르면 다음달 말 현대카드와 손잡고 애플페이를 국내에도 서비스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국내 서비스 이용 약관에 애플페이 관련 내용이 추가됐고, 이달 초에는 애플페이 서비스를 담은 현대카드 약관 이미지가 유출됐다.

애플페이가 곧 상용화된다는 소식에 MZ세대를 중심으로 스마트폰 이용자들 동요가 감지된다.

서울 을지로의 한 스마트폰 매장에서 만난 20대 대학생 김모 씨는 "지갑을 안 들고 다니는 대신 삼성페이를 쓰고 있어 아이폰으로 넘어가는 게 어려웠다. 그런데 애플페이를 쓸 수 있게 되면 (구매를) 망설일 필요가 없지 않느냐"며 "갤럭시노트10 플러스를 쓰는 중인데 이번에 나온 아이폰14로 갈아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애플페이의 국내 상용화는 아이폰 이용자들 충성심을 강화하는 동시에 갤럭시 이용자들에게도 매력적인 유인책으로 꼽힌다. 삼성페이와 통화녹음이 아이폰과 차별화되는 갤럭시의 장점인데 애플페이 사용이 국내에서도 가능해지면 꼭 갤럭시를 고수할 이유가 덜해진다. 국회에 발의된 '통화녹음 금지법' 역시 삼성전자에는 잠재 불안 요인이다.

이렇듯 악재가 즐비한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소비 주체로 부상한 MZ세대 마음을 돌리지 못한다면 애플과의 점유율 격차가 갈수록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애플의 점유율 확대는 애플이 뛰어나게 잘해서라기보다는 삼성전자가 소비자 마음을 사지 못한 데에 따른 반사작용으로 해석할 여지가 크다"며 "아이폰 이용자를 뺏어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갤럭시를 오래 사용해온 기존 이용자들을 지키는 방법을 고민할 때"라고 조언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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