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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을 받은 저널리스트이면서 미국의 한 고등학교 미식축구부에서 벌어진 일을 생동감 있게 그린 다큐멘터리 드라마 ‘프라이데이 나이트 라이트’의 원작자이기도 한 버즈 비싱어는 최근 <모스키토 보울(The Mosquito Bowl)>이란 책을 세상에 선보였다.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책은 지난달 중순 미국 서점가에 등장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2차 세계대전에 있었던 삶과 죽음의 게임’이란 부제가 달린 책은 오랫동안 잊혔던 역사적 장면을 훌륭하게 부활시킨다. 세심한 연구와 권위 있는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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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참혹한 전투로 꼽히는 오키나와 전투를 준비할 때다. 솔로몬 군도의 과달카날섬에서 훈련받던 미국 해병대원들 가운데 수십 명이 미식축구 선수 출신이었다. ‘해병대 4연대와 29연대가 미식축구로 맞붙으면 누가 이길까?’라는 사소한 말장난이 시작이었다. 오랜 전쟁의 지루함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기 위해 해병대 부대 간에 미식축구 경기가 벌어졌고, 대학 미식축구에서 촉망받다가 입대한 56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프로팀에 이미 드래프트됐거나 제안을 받은 16명도 포함돼 있었다. 미식축구 선수였다가 해병대에 입대한 젊은이들이 모여 1944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일생일대의 경기를 벌였다. 그 장면은 당시 태평양 군사 기지의 라디오 방송국인 ‘모스키토 네트워크’를 통해 생중계됐다. 그 경기가 바로 ‘모스키토 보울’이었다.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경기에 나선 선수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흙과 자갈 그리고 산호 파편이 널브러진 경기장 위에서 그들은 격렬하게 충돌했다. 곧 시작될 전투에서 자신들의 목숨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운동선수로서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그리고 1945년 4월 1일부터 전개된 오키나와 전투에서 모스키토 보울 경기에 참여한 선수 가운데 15명이 사망했고, 20여 명은 중상을 입었다. 오키나와 전투는 1만2500명의 미군과 11만 명의 일본군을 포함해 약 25만 명이 사망한 참혹한 전쟁이었다. 미국 젊은이뿐 아니라, 수많은 일본 젊은이들 역시 ‘가미카제 특공대’라는 죽음의 운명 공동체가 되어 목숨을 내놓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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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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