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0월 물가 정점론’과 달리 고물가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주춤해질 줄 알았던 지난달 수입물가가 고환율 여파로 오히려 큰 폭으로 오르면서다. 지난 9월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3.3% 오르며 3개월 만에 상승 반전했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24.1% 뛰었다. 여기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모임인 OPEC+의 감산 결정으로 원유 가격이 다시 꿈틀거리고,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도 심상찮다. 여기에 우유, 철강, 시멘트 가격 등도 줄줄이 오르면서 ‘물가와의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게다가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보다 높은 8.2%(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하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11월에 또다시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 경우 한·미 기준금리 역전폭은 0.25%포인트에서 1.0%포인트로 벌어진다.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를 부추길 수 있다. 이는 다시 수입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10월 물가정점론은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이 전제됐던 것”이라며 “환율이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만큼 이달 이후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LNG 수입 가격은 지난 8월 t당 1194.59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존 최고치였던 1월(1138.14달러)보다 56.45달러 높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535.02달러)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LNG 수급난이 벌어진 결과다. 이승한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을 굉장히 중요한 리스크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달부터 전기요금이 5.7%(주택용 기준), 가스요금은 15.9% 오른 것도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임도원/김소현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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