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신용등급도 올랐다는데 주가는 왜 떨어지나요”
테슬라 투자 커뮤니티와 종목 토론방이 침울합니다. 지난달 30일 열린 ‘AI(인공지능) 데이 2022’ 이후 테슬라 주가가 내리막을 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한 달간(13일 종가기준) 24%가량 빠졌습니다. 지난해 11월 전고점(409.97달러) 대비 46% 하락으로 거의 반토막 수준입니다.
주가의 등락은 증시에서 ‘병가지상사’입니다. 그런데도 테슬라 주주들은 최근의 하락장이 힘겹습니다. 이들 중엔 테슬라 주가가 지난해 ‘천슬라’(3대 1 주식분할 전)를 돌파하며 폭등한 시기에 빚을 내서 들어온 투자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경기도 김포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A씨는 “‘인서울’을 목표로 작년부터 테슬라 투자를 시작했고, 주택담보대출 1억5000만원을 받아서 물타기까지 했다”며 “이러다 집마저 날리는 건 아닌지 걱정돼 밤잠을 설친다”고 토로했습니다. 대전에 사는 30대 주부 B씨도 “지난 5월 급락기에 3000만원 신용대출을 받아 매수했는데 주가는 도로 바닥”이라며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 낼 생각에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수년간 테슬라 주식을 보유한 장기 투자자들은 “변동성이 큰 주식이기 때문에 견뎌야 한다” “2018~2019년 하락장을 생각하면 지금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다”고 조언합니다. 하지만 당장 계좌에 마이너스 숫자가 찍혀 있는 투자자들에게 큰 위로가 되진 않는 듯합니다.
파티는 언젠가 끝이 납니다. 천문학적인 돈이 풀리자 물가가 고개를 들었습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8.2% 올랐습니다. 지난 6월 이후 상승 폭이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입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선 금리를 올리고 시중 자금을 회수해야 합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달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테슬라를 비롯한 성장주들이 약세를 보인다는 분석입니다. 미래 가치를 현재로 당겨와 평가하는 성장주는 금리 인상기에 할인율이 높아져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 테슬라의 PER은 80배 선으로 떨어졌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선행 PER은 50배 수준입니다. 한때 1000배에 달했던 수치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입니다.
가장 큰 우려는 생산량과 인도량 격차가 벌어진 것입니다. 테슬라 전기차 수요가 줄어든 게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이전까지 테슬라는 분기별 생산량과 인도량에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만드는 족족 팔렸다는 얘기입니다.
이에 대해 테슬라는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3분기 지역별 차량 분배 방식을 바꿨다”며 “이 여파로 분기 말에 운송 중인 차량이 증가했다”고 해명했습니다. 4분기엔 이들 차량이 고객에게 인도될 것이란 주장입니다. 머스크 역시 “분기 말에 급하게 차량을 전달하면 고객 경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테슬라가 올해 50% 성장을 하려면 판매량이 140만대가 돼야 한다”며 “4분기 49만대를 팔아야 하지만 현 시장 상황에서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유럽 시장 전기차 수요가 6월 이후 감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시장에선 전체 차량 중 전기차 판매 비중이 30%에 육박하면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가성비를 앞세운 BYD 전기차가 현지 시장점유율 1위입니다.
아담 조나스 모건스탠리 연구원도 수요 감소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그는 지난 10일 리포트에서 올해 테슬라 전기차 인도량 전망치를 137만대에서 131만대로 낮춰잡았습니다. 목표주가 역시 기존 383달러에서 350달러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다만 그는 “2023년 전망을 볼 때 테슬라는 생산한 차량을 전부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문제는 인수 자금입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6개월 전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영국 바클레이즈 등 7개 대형 은행들과 총 130억달러(약 18조7000억원)의 차입형 인수금융을 지원받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은행들은 인수금융을 시장에 재매각해야 하는데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블룸버그는 “은행들이 최소 5억달러의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게다가 머스크는 인수 자금의 나머지를 자신이 책임지기로 했습니다. ‘절친’ 래리 엘리슨 전 오라클 회장 등으로부터 차입을 제외하면 결국 자사주 매각이 남은 해결책입니다. 머스크는 이미 지난 8월 “트위터 강제 인수를 대비한 현금 마련용”으로 테슬라 지분 792만주(68억8000만달러)를 매각한 바 있습니다. 테슬라 강세론자인 개리 블랙 퓨처펀드 대표는 “머스크가 20억~50억달러(약 2조8000억~7조2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추가로 매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테슬라의 회사채 신용등급이 ‘투기 등급’을 벗어난 것도 긍정적입니다. 지난 6일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레이팅스는 테슬라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BB+’에서 두 단계 상향한 ‘BBB’로 올렸습니다. 테슬라가 기관들이 투자하기에 적합한 기업이라는 인정을 받은 셈입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에 대한 소비자들의 브랜드 로열티가 높아 하반기 강한 실적 흐름이 예상된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또 “연내 북미에서 FSD 베타의 도심 자율주행이 서비스되면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도 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임은영 연구원도 “FSD 베타의 출시로 신차 구매자들의 채택률이 높아지면 수익성 개선 효과가 예상된다”면서도 “도심 자율주행이나 사이버트럭이 출시되기 전까진 주가 모멘텀이 크지 않다”고 전망했습니다. 임 연구원은 또 “3분기 실적은 자동차 사업보단 급성장하는 에너지 사업부 매출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테슬라의 3분기 실적은 오는 19일 발표합니다. 머스크는 하락장에 힘들어하는 주주들에게 ‘깜짝 실적’을 안겨줄 수 있을까요.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