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전자제품 제조업체에 다니는 직장인 박 모씨는 16일 아침 사내 동기에게 전화를 받고 아연실색했다. '카카오톡 프로필에 사생활 사진이 노출된 것 같으니 조치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연락이었다. 박 씨는 지난 여름 휴가 당시 여자친구와 함께 친밀한 포즈로 찍은 사진을 친구들 일부만 볼 수 있게 설정해놨는데, 이 사진이 직장 동료 등도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된 것이다.
16일 오전 카카오톡 기능 복구 중 일부 이용자들이 설정한 멀티프로필이 설정 범위 밖으로도 보이는 사례가 잇따라 나왔다.
멀티프로필은 카카오톡 친구별로 이용자의 프로필(개인정보)를 다르게 보여주는 기능이다. 회사 사람들에게는 회사용 프로필을, 거래처엔 거래처용 프로필을, 학교 동문들에겐 사적인 내용 프로필을 작성하는 식이다.
이날 SNS 등에 따르면 이같은 현상은 무작위로 발생했다. 일부 이용자들은 이전에 설정했던 멀티프로필이 현재 시점 프로필로 잘못 표출됐다. 다른 일부는 설정 범위 밖인 친구들이 멀티프로필을 열람할 수 있었다. 이용자가 본인만 볼 수 있도록 '나만보기' 설정을 해둔 옛 프로필 사진이 외부에 공개되기도 했다.
지난 15일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서비스가 '먹통'이 되자 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일부 데이터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톡 서비스는 약 19시간째 장애를 겪고 있다.
문제는 누가 어느 정도 범위로 멀티프로필이 유출됐는지 각 이용자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보험회사에 다니는 현 모씨는 "직장용으로는 프로필 사진을 아예 설정하지 않았지만, 사적으로 친한 이들에 한해선 우울감 등 솔직한 심정을 멀티프로필로 드러낸 경우가 많았다"며 "이게 노출되면 내 입장에선 '사회적 살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원생인 정 모씨는 "지도교수에게 대판 '깨진' 뒤 친한 친구들용 멀티프로필에 지도교수를 원망하는 밈(유행하는 사진이나 그림)을 프로필로 올려 뒀는데, 이게 지도교수나 랩실 관계자들에게 노출됐을 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오전 8시께 SNS에서 '멀프 노출' 얘기를 듣고 황급히 멀티프로필 사진을 내리려고 했으나 삭제조차 할 수 없었다"며 "다른 사람이 먼저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는 구조다보니 먼저 '내 멀티프로필 사진 봤냐'고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카카오에 따르면 올초 기준 카카오톡의 국내 월간활성사용자(MAU) 수는 4743만명이다. 한국 총인구 수(5178만명)의 91.5%에 달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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