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신임 재무장관 "트러스, 성장으로 너무 빨리 갔다"

입력 2022-10-16 15:21   수정 2022-11-1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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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신임 재무장관으로 임명된 제레미 헌트가 증세와 재정 지출 삭감을 예고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지난달 내놨던 감세 정책에서 'U턴'할 뜻을 밝힌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트러스 총리의 재정 정책을 “실수”라고 비판했다.

헌트 장관은 15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트러스 총리의 감세 정책에 대해 “너무 멀리, 너무 빨리 갔다”며 “안전성을 바탕으로 한 성장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BBC와의 인터뷰에서도 “세금은 사람들이 바란 만큼 줄지 않을 것이고 일부는 인상될 것”이라며 “모든 정부 부처에 추가 절감 안을 찾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러스 총리가 그간 강조했던 감세 기조와 상충되는 발언이다.

지난달 23일 트러스 총리와 쿼지 콰텡 전 영국 재무장관은 450억 파운드의 대규모 감세안을 골자로 한 '미니 예산안'을 내놨다가 시장 혼란을 야기했다. 이 감세안이 금리 인상 중인 영국중앙은행(BOE)의 긴축 기조와 충돌했던 탓이었다. 영국 파운드화 환율이 1.03달러까지 떨어지고 영국 국채 금리가 연 5%를 웃도는 등 시장 불안이 커지자 트러스 총리는 지난 14일 콰텡 재무장관을 해임하고 후임으로 헌트 장관을 임명했다.

헌트 장관은 콰텡 전 장관이 내놨던 감세안의 문제로 고소득층 감세와 영국 예산책임처(OBR)와의 협의가 부족했던 점을 꼽았다. OBR은 별도 독립기관으로 재정 전망을 내놓는 역할을 한다. 헌트 장관은 “모든 사람의 희생을 요구하는 시기에 최고 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낮춘 건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6일 트러스 총리를 만난 뒤 오는 31일 새 경제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일부 현지 언론은 내년 기본 소득세율을 20%에서 19%로 1%포인트 낮추려던 당초 계획을 헌트 장관이 2024년으로 연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신임 장관의 'U턴'에 환영했다. 앤드류 베일리 BOE 총재는 “안전성과 재정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는 데에 대해 헌트 장관과 명확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도 시사했다. 베일리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 8월보다 물가 상승 압력이 더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15일 미국 오리건주 포클랜드에 있는 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트러스의 조세 정책에 대해 “실수라고 생각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며 “그 정책에 동의하지 않지만 판단은 영국에 달려 있다”고 언급했다. '강달러' 현상을 놓고선 “인플레이션이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지만 미국의 상황은 다르 어느 나라보다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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