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카카오그룹주가 또 추락했다. '검은 월요일'은 현실이 됐다. 이미 예견된 사태였다. 지난 주말 데이터센터 화재로 역대 최장기간의 '카카오 먹통 대란'이 벌어진 가운데 카카오그룹주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면서다. 이번 사태는 그간 성장 동력을 잃고 주가가 연초 대비 '반토막' 난 카카오그룹주의 추가 하락을 부채질한 꼴이 됐다.
이날 카카오는 전거래일 대비 3050원(5.93%) 내린 4만8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초반 9% 넘게 급락했지만 낙폭을 축소했다. 카카오뱅크(-5.14%), 카카오페이(-4.16%), 카카오게임즈(-2.22%) 등 카카오 계열사주도 줄줄이 하락했다.
지난 14일 자회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상장 보류 결정에 주가가 9%대 뛴 카카오게임즈는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카카오게임즈를 제외한 3개 종목은 이날 52주 신저가를 또 갈아치웠다. 주가 급락에 개인들은 부지런히 저점 매수에 나섰다. 이날 개인들은 카카오(1344억원)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카카오뱅크(222억원)는 순매수 4위에 올랐다.
시가총액은 하루 새 2조원 넘게 증발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약 39조1661억원 수준이던 카카오·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게임즈의 시총 합은 이날 37조1099억원으로 줄었다.
증권가는 이날 화재로 카카오가 입을 피해 규모가 많게는 2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4분기 실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주가 하락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유진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목표주가도 낮춰잡았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광고, 이커머스, 콘텐츠 등 카카오가 영위하고 있는 주요 사업에서 총체적 피해 발생했다"며 "카카오 일매출 220억원 가량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4분기 매출이 최대 1~2%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다만 이번 화재 관리의 책임이 SK C&C에 있었던 만큼 피해액의 보상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봤다.
다만 카카오는 이번 먹통 사태가 매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카오는 이날 공시를 통해 "카카오와 카카오 주요 종속회사의 매출 등 재무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카카오와 카카오 공동체는 원인 규명, 단계적인 복구, 재발방지대책 마련 및 실행, 이해관계자를 위한 보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우선적으로 서비스의 정상화 이후 카카오와 카카오 주요 종속회사 손실에 대한 손해 배상 논의를 SK C&C 측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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