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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상장사들이 경영권 안정을 명분으로 우호 관계의 기업과 지분을 상호 보유하는 ‘백기사 주식’이 대폭 감소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상장사들의 상호 보유 주식 매각액이 2조3000억엔(약 22조원)으로 1년 전보다 6000억엔 늘었다고 17일 보도했다. 2018년 자료 집계를 시작한 이후 상호 보유주가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2021년 3월 말 현재 34조엔에 달하는 전체 상호 보유주의 7% 규모다.
상장기업 한 곳이 ‘백기사’ 관계를 맺고 있는 상장사 수도 평균 33.8곳으로 1년 새 1.5곳 줄었다. 지난 4월 도쿄증시를 재편하면서 상호 보유주를 유통 주식에서 제외하자 기업들이 보유 지분을 대거 팔았다는 분석이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자금 수요가 늘어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상호 보유 주식 1700억엔어치를 매각한 닛산자동차는 “매각대금을 전기자동차 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최대 출판기업인 돗판인쇄는 53개 상장사 주식 1100억엔어치, 미쓰비시중공업은 미쓰비시 계열사를 중심으로 27개 상장사 주식 1000억엔어치를 팔았다.
일본 상장사들의 백기사 관행은 오랫동안 투자자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주주총회에서 맹목적으로 회사 측 입장에 찬성하는 거수기 역할을 도맡은 탓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증권거래소는 2013년 도입한 기업 지배구조 지침을 통해 상장사 스스로 상호 보유주를 공시하고 정당성을 입증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상호 보유 주식이 해당 기업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평균 30%에서 2020년 8.7%까지 줄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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