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파업도 두렵지 않다…물류혁신 일으키는 '3인칭 자율주행' [긱스]

입력 2022-10-19 04:00   수정 2022-11-11 15:39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딱 한가지 이루고 싶은 건 나스닥에 입성하는 거에요. 한국의 기술 스타트업이 나스닥 시장 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렇게 외화를 벌어오는 회사들이 많아져야 우리나라가 먹고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웃음) ”

지난달 한경 긱스(Geeks)와 만난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31·사진) 사업 원동력으로 ‘창업보국’을 꼽았다. ‘사업보국(事業報國)’을 강조한 고(故) 이병철 회장, '인류를 구하기 위해 화성으로 이주한다'는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연상되기도 한다. ‘한국을 빛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그는 “일론 머스크의 화성 이주 수준의 규모는 아니지만 저희 능력으로 가능한 기술 창업으로 한국을 더 잘 살게 하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영리한 피봇팅으로 타깃 좁혔다

기술로 국가 경제에 기여하겠다는 기업답게 투자 혹한기에도 지난달 약 308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이끌어내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2017년 설립된 이 회사는 지난 3~4년간 3차원(3D)센서 컴퓨터 비전에 주력해왔다. 이 기술을 토대로 개별 고객사에게 소프트웨어를 공급해오던 중 지난해 말부터 물류업계 인프라 자율주행으로 타깃을 바꿨다.

회사는 3D 라이다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기술(ATI)'을 개발해 독일의 대표 자동차 업체인 BMW에 적용했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쏴 빛 주위의 물체에서 반사되어 오는 거리를 측정해 주변의 모습을 정밀하게 그려내는 기술이다. 소프트웨어는 라이다가 그려낸 3D 이미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장애물이 무엇인지 식별·인지한다.
고객 문제에서 출발
최첨단 자동차 회사인 테슬라의 제조공장 주차장에도 수십명의 사람들이 모여있다. 차가 만들어지고 트럭, 배, 기차 등에 실려 다음 차고지까지 차를 이동시키기 위해서다. 소비자에게 신차가 도착하기 까지 이같은 주차장을 3~6곳 정도 지나게 되고, 적어도 수십만원의 비용이 들게된다. 새 차를 뽑아도 몇백 km 정도 주행거리가 찍혀있는 있는 이유다.

고객사는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력과 비용문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한다. 고객사의 고민을 들으며 그는 "미들마일 물류시장이 20~30조 정도 규모인데 조단위를 바라보는 대기업 제조사들이 진입하기에는 규모가 작고, 경쟁사에 비해 상용화를 먼저 한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서울로보틱스는 물류시장에 자율주행을 접목해 이를 해결하고자 했다. 일반적인 자율주행은 개별 차량 안에 센서,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을 적용하지만 서울로보틱스는 프레임을 바꿔 인프라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달아놓은 것이다. 대부분의 차량에 GPS와 커넥티드 기능이 있어 인터넷이 연결되기 때문에 이같은 기술이 가능해졌다. 인프라에 적용된 시스템이 차를 원격으로 자율주행 시키는 원리로 회사는 이를 '3인칭 자율주행'이라고 표현했다.

회사는 공장·자동차 물류 분야에서 BMW와 자율주행을 처음 상용화했다. 핵심기술인 3D 컴퓨터 비전은 독일 산업 리포트에서 세계 1위 기술력으로 평가 받기도 했다. 이같은 높은 인지도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톱11 완성차업체 중 9곳과 협업을 준비 중이다.

일반 자동차 공장에 300~400대의 자율주행 인프라가 들어가는데, 이 인프라가 한번 구축되면 매달 들어가는 인건비를 감축할 수 있다. 특히,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있는 해외 물류공장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해외 제조공장은 대부분의 외지에 있고, 단순 업무가 많아 근로자들이 근무를 기피하는 데 이들 대신 자율주행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노조의 파업이 벌어지면 완성차 조달이 막히는 사태가 벌어져도 공급에 차질이 없게된다.
트럭, 렌터카...마을까지 확대
현재 차량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 3수준이다. 도심이나 주차장에서는 불가능하고 고속도로에서만 가능하다. 운전자가 개입할 필요가 없는 완전한 자율주행은 레벨 4 이상이 돼야 하는데 그 수준까지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서울로보틱스의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기술(ATI) 기술인 '레벨 5 컨트롤타워'는 레벨 5 자율성을 달성해 완전 자동화 방식으로 수백 대의 차량을 군집주행 할 수 있다. 개별 자동차의 센서에 의존하지 않고 건물이나 가로등 같은 인근 인프라에 배치된 센서·컴퓨터 메시 네트워크로 정확한 주변 환경을 포착해 독보적인 정확도, 효율성, 안전성을 갖췄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기존의 자율주행은 개별 차량에 고성능 센서와 컴퓨터를 장착해야 했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반면,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은 지능형 교통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사각지대를 없애 안전성을 높였다. 이같은 기술은 자동차뿐 아니라 여타 위탁제조업체(OEM)에게 적용할 수 있는 문제인만큼 회사는 향후 자동차에서 트럭, 렌터가 운송으로 시장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공장의 크기가 작은 마을 정도인데 거기서 수백대를 자율주행한다면 지역도 가능할 것 같아요. 조만간에는 도시가 차량을 움직이게 되는 세상도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많은 기업들이 차에서 최고가 되기위해 열심히 하고있듯, 저희는 인프라 자율주행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투자 혹한기 뚫고 생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투자시장 냉각은 이제 돛을 펼치려는 서울로보틱스에게 악재였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27세에 창업 전선에 뛰어든 이 대표에게는 전에 없는 위기가 닥쳤다. 회사는 커져가고 방향은 물류 자율주행으로 잡았지만 확장성이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자금 조달이 늦어지는 것도 실질적인 위기로 다가왔다. 투자 라운드가 끝나자마자 국내 투자시장 본격적으로 위축되면서 예상보다 자금확보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해외에서는 미리부터 겨울을 준비한다며 냉각돼 있었고 그 기세가 국내로 번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때는 정말 두번 은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토로했다.


예상한 시기에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그는 사비로 직원들의 월급을 주고, 연대보증 대출까지 받게될 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그는 "막바지에 투자유치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다행히 평생 빚쟁이 신세에서는 면하게 됐다"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믿어준 사람들에게 결과를 보여야한다는 책임감에 마음이 무거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보여줘야한다'고 거듭 반복했다. 더이상 가능성이 아닌 숫자로 결과를 증명할 시기가 왔다며 무거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제 매출 발생이 될거고 자생할 수 있으니까 정말 달려야죠. 투자받았다고 기쁘다고 파티할 여력 없어요. 저희는 생존했고, 약속한 만큼 우리를 믿어준 사람에게 보여줘야겠다는 생각 뿐이에요. "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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