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통일부 장관(사진)은 지난 8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차기 당대표로 적임자라는 평가가 있다’는 진행자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내년 초 개각과 함께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권 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차출설’이 정치권 안팎에서 꿈틀대던 시점이었다.
1959년생인 권 장관은 서울을 정치적 기반으로 둔 4선 중진 의원이다. 서울에서 4선 이상을 한 여당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권 장관과 박진 외교부 장관 두 사람뿐이다.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아온 권 장관은 지난해 7월 당 대외협력위원장을 맡으며 윤석열 대통령의 입당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대선 캠프에서 선거대책본부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선 부위원장을 지낸 데 이어 정부 출범 후에는 초대 통일부 장관을 맡았다. 권 장관은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2년 선배로 재학 시절 윤 대통령과 형사법학회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인연을 바탕으로 권 장관이 당대표가 되면 당 운영 및 국회 전략 등에 윤 대통령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당대표는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되는 만큼 대통령실로선 이 같은 신뢰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은 차기 당대표가 자기 욕심대로 공천권을 행사하는 상황을 제일 피하고 싶을 것”이라며 “권 장관은 (공천) 욕심부릴 사람이 아니다”고 전했다.
권 장관의 대중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윤심이 권 장관으로 기울 경우 당대표 당선은 어렵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작년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은 당원 70%, 일반 여론조사 30%를 반영해 당대표를 뽑았다. 당 고위 관계자는 “사고 당협위원장에 친윤계 인사가 대거 인선되면 당원 표가 윤심이 꼽은 후보로 쏠릴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권 장관이 장관직까지 내려놓고 당권 경쟁에 나서기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지난달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윤계인 이용호 의원이 42표나 얻는 등 친윤계를 향한 불만이 적지 않다”며 “윤상현, 권성동 의원 등 또 다른 친윤계 인사가 당권에 나설 경우 표가 분산될 변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권 장관은 당권 도전 의사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국정 이외의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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