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가 노조 조합원 5명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의 최종 선고를 앞두고 심상찮은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누적 규모 약 6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상황에서 법원 판단에 따라 2000억원의 추가 우발채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는 내년 말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차입금이 1조원 이상인 반면 현금보유액은 1000억원에도 못 미치는 유동성 위기에 처해있다. 그럼에도 “추가 수당을 지급해도 경영상 어려움이 있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파기환송한 대법원과 이를 등에 업고 3000여 명이 추가 소송을 제기한 금호타이어 노조 조합원들에 대해 기업 존폐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심에서 일부 패소한 금호타이어는 2심에서 ‘신의칙’(경영상 어려움이나 기업 존속에 위기를 초래할 경우 지급 의무를 제한할 수 있는 요건)이 인정되며 승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대법원은 신의칙 적용을 부정하면서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은 주요 근거는 금호타이어가 연 평균 2조원을 상회하는 매출을 꾸준히 내고 있다는 점, 원고들의 청구기간인 2012~2014년 순이익을 냈다는 점이다. 이 기간 동안 금호타이어는 연 평균 1200억원 가량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워크아웃을 졸업하기 위한 비용 절감의 착시이지 근본적 체질 개선이 아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워크아웃을 졸업한 직후인 2015년부터 금호타이어는 순손실로 전환해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누적 손실 규모는 5965억원에 이른다. 코로나19로 인해 치솟은 물류비와 최근 들어 감소하는 신차 수요도 금호타이어 경영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대법 판단 당시에도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었지만 대법이 원고 청구기간(2012~2014년)만을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는 항변이 나온다. 판단 기준이 지나치게 협소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만 해도 금호타이어는 41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 더해 이자비용만으로 926억원을 냈다. 내년 말 1조원의 단기차입금 만기가 돌아오지만 보유 현금은 1000억원 미만으로 곳간이 메말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추가 소송이 이어지자 금호타이어는 외부 회계 감사를 통해 패소할 경우 2000억원의 우발채무가 불가피하다는 결과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고스란히 금호타이어 재무제표에 충당금으로 잡히게 돼 향후 자금조달에 부담을 줄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금호타이어는 현재 유일한 미래 투자 재원인 광주공장 부지를 팔 계획이지만 용도변경을 둘러싸고 광주광역시가 이견을 내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다. 한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는 현재 국내 타이어 3사 중 경영 상황이 가장 좋지 않다”며 “회사를 살리자고 나서도 모자랄 판에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기획소송을 벌이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금호타이어 변호인단 측은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신의칙 적용을 두고 다툴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대법원에서 부정한 법리는 파기환송심에서 다투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건을 두고서는 “다시 한번 다퉈볼 만큼 억울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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