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노조원 3000명에 피소…통상임금發 '2000억 빚 폭탄' 위기

입력 2022-10-19 20:54   수정 2022-10-20 01:09

금호타이어가 노동조합 조합원 다섯 명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의 최종 선고를 앞두고 위기감에 휩싸였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누적 약 6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상황에서 법원 판단에 따라 2000억원의 추가 우발 채무를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가 수당을 지급해도 경영상 어려움이 있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파기환송한 대법원과 이를 등에 업고 추가 소송을 제기한 3000여 명의 노조원에 대해 ‘기업 존폐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000억원 손실에도 “위기 아니다”
19일 타이어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등법원은 다음달 16일 금호타이어 통상임금 파기환송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2013년 금호타이어 직원 다섯 명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추가 법정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며 제기한 소송의 최종 판결이다. 1심에서 일부 패소한 금호타이어는 2심에서 ‘신의칙’(경영상 어려움이나 기업 존속에 위기를 초래할 경우 지급 의무를 제한할 수 있는 요건)이 인정돼 승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대법원은 신의칙 적용을 부정하면서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은 주요 근거는 금호타이어가 연평균 2조원을 웃도는 매출을 꾸준히 내고 있다는 점, 원고들의 청구 기간인 2012~2014년 순이익을 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는 워크아웃을 졸업하기 위한 비용 절감 때문이지 근본적 체질 개선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워크아웃을 졸업한 직후인 2015년부터 금호타이어는 순손실로 전환해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누적 손실 규모는 5965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3월 대법 판단 당시에도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됐지만 대법이 원고 청구 기간(2012~2014년)만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는 항변이 나온다. 판단 기준이 지나치게 협소했다는 주장이다. 금호타이어는 내년 말 1조원의 단기차입금 만기가 돌아오지만 보유 현금은 1000억원 미만으로 곳간이 메말라가는 상황이다.
대법 판단에 노조 3000명 추가 소송
회사가 생사기로에 있는데도 금호타이어는 전·현직 노조원 3000여 명으로부터 10건의 추가 소송을 당한 상태다. 업계에선 금호타이어 노조가 주도해 소송 참가 직원을 대규모로 동원한 기획소송으로 보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외부 회계감사를 통해 패소할 경우 2000억원의 우발 채무가 불가피하다는 결과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고스란히 금호타이어 재무제표에 충당금으로 잡혀 향후 자금 조달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금호타이어는 유일한 미래 투자 재원인 광주공장 부지를 팔 계획이지만, 용도 변경을 둘러싸고 광주시가 이견을 내면서 교착 상태에 빠졌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는 국내 타이어 3사 중 경영 상황이 가장 좋지 않다”며 “회사를 살리자고 나서도 모자랄 판에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기획소송을 벌이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금호타이어 변호인단 측은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신의칙 적용을 두고 다툴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대법원에서 부정한 법리는 파기환송심에서 다투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건을 두고서는 “다시 한 번 다퉈볼 만큼 억울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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