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이 같은 속칭 ‘찌라시’가 여의도 증권가와 기업, 정부 부처로 무분별하게 확산됐다. 한국은행 관계자들이 기자에게 “사실이냐”고 물어올 만큼 일파만파로 번졌다.
하지만 증권사 임직원과 해당 기업 관계자들은 “자금시장이 얼어붙었다는 것 외에는 맞는 이야기가 하나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루머에 흔들릴 만큼 자금시장이 불안하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는 기업 관계자들도 적잖았다.
전날 퍼진 찌라시에는 롯데캐피탈이 연 15%대 고금리로 기업어음(CP) 발행에 나섰지만 실패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계열사인 롯데건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환에 어려움을 겪자 롯데캐피탈도 덩달아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 충격으로 증권사와 건설사가 줄줄이 자금난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도 포함됐다.
하지만 롯데건설과 롯데캐피탈 관계자들은 “황당하다”고 했다. 롯데캐피탈은 연 5~6%대로도 자금을 순조롭게 조달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예치금 포함)은 1조6822억원에 달했다. 롯데건설도 지난 6월 말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등 포함)은 6000억원에 이른다. 단기차입금을 모두 상환할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는 편이다. 여기에 이 회사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다음달 18일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시장이 루머에 흔들린 것은 최근 레고랜드 사태 탓이 컸다. 강원도는 최근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발행한 2050억원 규모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지급보증을 철회했다. 그 결과 해당 ABCP는 부도 처리됐고 자금시장도 경색됐다. 회사채 투자자들이 연말에 장부를 결산하고 거래를 마감하는 이른바 ‘북클로징’을 서두른 것도 ‘자금 가뭄’에 영향을 미쳤다.
팍팍한 유동성 여건에 신음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여기에 루머가 쏟아지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은 더 확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 신용도가 바닥인 상황”이라며 “헛소문에 없는 자금난도 생길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채권시장안정펀드를 가동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일부 기업은 생존을 위해 유동성을 확보하려고 사투를 벌이고 있다. 악성 루머가 이 같은 각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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