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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모씨는 올초 본인 명의의 새 주거용 오피스텔로 이사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3년 전 분양받은 오피스텔의 전세 세입자를 찾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입주했기 때문이다. 주변 시세보다 싼 값에 전세를 내놨지만, 몇 달 동안 문의 전화를 한 통도 받지 못했다. 김씨는 “전세 세입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입주가 시작된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아직도 빈집이 여러 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우려에 주택 수요가 급감하면서 서울 강남권의 새 주거용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마저 입주자를 구하지 못하는 입주난이 심화하고 있다. 김씨처럼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는가 하면, 막대한 대출 금리 탓에 잔금을 치르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극도로 위축된 주택 거래를 정상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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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동 A공인 관계자는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8%대까지 치솟으면서 잔금을 치르는 데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이 늘었다”며 “하이엔드 오피스텔은 전셋값도 높은 편이어서 세입자를 구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도시형생활주택인 서초구 반포동 ‘더샵반포리버파크’는 입주 지정 기간이 2주 이상 지났지만, 현재 입주율이 20% 수준(140가구 중 약 30가구)에 머무르고 있다. 이 단지 입주 예정자 협의회는 “자체 설문조사에서 잔금을 치르지 못한 약 40% 이상 가구가 계약 해지를 고려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공문을 시행사에 보냈다.
입주 지정일이 지나서도 잔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연체 이자를 물어야 하고, 계약을 해지하면 위약금을 내야 한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은 이 단지는 작년 2월 17억~18억원(3.3㎡당 평균 5273만원)에 분양됐다. 당시 인근 ‘래미안원베일리’(3.3㎡당 평균 5273만원)보다 분양가가 높아 고(高)분양가 논란이 일었다. 이 단지는 분양가보다 2억원가량 낮은 가격에 급매물이 나와 있다. 반포동 B공인 관계자는 “도시형생활주택은 분양가가 15억원을 넘으면 대출도 받을 수 없어 잔금을 못 치르는 수분양자가 특히 많다”고 말했다.
고가 오피스텔은 2019년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 금지 규제가 나오면서 젊은 수요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강남권의 경우 청약 경쟁률이 수백 대 1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올 들어 이자 부담이 급격하게 커지자 상당수 수분양자가 속속 ‘마피’ 매물을 내놓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단지 위주로 입주 대란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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