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이 대구 북성로 지하에 금괴가 묻혀있다고 주장하며 건물주인 친누나와 조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건이 기각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6월 A씨는 가족들이 공동으로 소유한 대구 북성로의 한 건물 지하에 수백억 원 규모의 금괴가 묻혀 있다며 이들을 상대로 ‘매장물 발견자 지위 확인’과 관련해 소송을 제기했다.
2018년 A씨는 매형의 허락을 받고 광물 탐사 전문가에게 의뢰해 200kg가량의 금괴 위치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그는 재판부에 금괴의 위치 표시 사진을 근거로 주장했다.
또한 건물 소유주인 조카와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도 내세웠다. 2020년 그가 조카에게 "금이 묻혀 있으니 발굴해야 한다"는 내용을 보냈고, 조카는 "할 때 되면 삼촌(A씨)한테 먼저 말하겠다. 시작 시점 잡히면 연락하겠다"고 답했다.
A씨 주장대로라면 지하에 묻힌 금괴는 150억 원이 넘는다. 실제 금괴가 존재한다면 민법 254조에 따르면 타인 토지에서 발견한 매장물은 그 토지 소유자와 발견자가 각각 절반씩 취득하게 된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금괴 발견자로 내세운 자료들은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점에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을 부담하게 했다.
이에 대해 대구지법 관계자는 "A씨가 전문가에게 의뢰해 매장물이 묻힌 위치가 표시된 사진을 주고받은 것은 맞으나 이들이 금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 상태는 아니었다"며 "조카와 주고받았다던 메시지로 금괴의 존재 여부가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한편 대구 북성로는 오래전부터 '금괴 매장설'이 떠돈 곳이다. 과거 건물 여러 곳에서 금괴를 찾겠다고 땅굴을 파는 일도 있었다. 1980년대에는 "한 일본인이 북성로에 묻힌 금괴를 찾으러 왔다더라"는 소문까지 돌면서 곳곳에서 땅굴을 파는 해프닝까지 벌어졌지만, 2022년 현재까지 금괴의 존재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적은 없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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