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와 강원도 레고랜드발 PF(프로젝트파이낸싱) ABCP(자산유동화증권) 부도 사태 등으로 PF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 등으로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높아지면서 건설사도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DL이앤씨는 그동안 보수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 온 데다 신용보강을 제공한 프로젝트가 거의 없어 주목받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건설업 신용보강 A to Z’라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상반기 기준 주요 21개 건설사의 PF 우발채무가 18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기업평가의 분석 대상에 시공능력평가 3위인 DL이앤씨는 포함되지 않았다. DL이앤씨는 조합원이 있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신용을 제공한 데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부실이 우려되는 PF 우발채무가 없어서다. 한국기업평가는 “DL이앤씨는 리스크가 높지 않은 정비사업을 빼면 신용보강을 제공하는 프로젝트가 없어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시장 침체로 사업비 조달 등 PF 대출에 어려움이 생길 경우 시행사뿐만 아니라 신용보강을 제공한 건설사도 피해를 볼 수 있다. 증권가에서 PF 우발채무가 거의 없는 DL이앤씨가 재무 안전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신영증권은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 전조 현상에 따른 미분양 증가 추세 속에 다시금 건설사 PF 리스크가 언급되고 있다”면서도 “DL이앤씨는 보수적인 운용으로 PF 우발채무 잔액이 제로(0)”라고 분석했다. 메리츠증권도 “DL이앤씨는 그간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를 통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해왔다”며 “하락세에 접어든 분양 시장 상황에서는 오히려 매력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부채 비율이 낮은 점도 관심 대상이다. DL이앤씨의 지난 2분기 별도 기준 부채 비율은 83.3%에 불과하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평균(117%)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차입금 의존도와 유동비율 지표도 업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상반기 영업이익률 역시 9.8%로 업계 최고다. 국내 3대 신용평가 기관에서는 DL이앤씨의 신용등급을 국내 건설업 최고 수준인 ‘AA-(안정적)‘로 평가했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최근 업황 둔화에 따른 DL이앤씨의 저평가가 과도하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DL이앤씨가 무리한 수주 대신 수익성 기반 선별 수주를 이어온 데다 주택 원가 상승분을 실적에 일찌감치 반영해 온 만큼 이익 대비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의견이다. 하이투자증권은 "경쟁업체에 비해 빠른 주택 부문 원가율 조정으로 주택 마진(수익) 개선 추이가 4분기 들어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메리츠증권도 “DL이앤씨는 경쟁사보다 이른 시기부터 주택 원가 상승분을 실적에 반영해 왔다”며 “하반기에는 주택 원가율이 일정 부분 개선돼 원가율 회복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증권투자업계는 최근 DL이앤씨가 소형모듈원전(SMR)부터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원자력 청정수소 등 친환경 신사업에 속도를 내는 점도 기업 가치 재평가에 기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지난 7월 소형모듈원전(SMR)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캐나다 테레스트리얼 에너지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테레스트리얼 에너지는 차세대 SMR인 일체형 용융염 원자로(IMSR)를 주력 모델로 개발하고 있다. DL이앤씨는 또 연간 100만톤 규모의 CCUS 시설에 대한 기본설계 경험과 차별화한 경쟁력을 앞세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남호주 주(洲) 정부와 ‘친환경 수소 경제 활성화 촉진을 위한 공동 업무협약’을, 울진군과 ‘원자력 청정수소 활용 및 탄소 포집·활용·저장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각각 체결하는 등 친환경 신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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