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집값 고점과 하락의 가능성을 경고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국토부장관 심지어 대통령까지 나서서 집값이 너무 높다는 등 가격에 개입하는 의견을 말한 경우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잡히지 않는 것은 만성적인 공급부족과 규제로 인한 매물 잠김 등 최악의 부동산정책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는 바닥 수준이었습니다.
윤석열 정부 또한 집값 하락 시즌2를 펼치고 있습니다. 선진외국 어느 나라에서도 주택정책을 담당하는 장관이 집값을 떨어지게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를 본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가격에 개입하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지만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겁니다. 가격보다는 주택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추는 정책을 펼친다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안정화될 겁니다.
공포마케팅은 가장 효과적이며 강력한 마케팅의 한 수단입니다. 인간은 결핍과 불안을 자극하면 움직입니다. 모델하우스를 방문했을 때 딱 한 채 남았다는 말을 들으면 매입 의사가 없는 분들도 불안해하면서 사야하는 게 아닌가 초조합니다. 일반 마케터(marketer)들의 이야기에도 사람의 심리가 움직이는데 언론과 방송 심지어 국토부장관, 서울시장까지 나서서 집값에 대한 이야기를 강조하면 시장은 더 크게 반응할 겁니다. 그래서 이분들은 언행을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나 현재 부동산시장을 정상적으로 생각하면서 하는 이런 발언들은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는 위험도 있습니다. 간헐적으로 거래되는 급매로 인한 가격의 상승과 하락은 정상적인 부동산시장을 대표하지 않습니다. 상승기에도 그렇지만 하락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주택가격이 조정을 받는 가장 큰 원인은 누적된 규제 때문입니다. 집을 사야하는 사람이 사지 못하게 만든 다양한 규제 때문입니다. 취득세와 대출규제가 대표적일 겁니다.
그나마 살수 있는 사람은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들입니다. 이분들에 대한 규제는 현재 대폭 완화되어 있습니다. LTV를 무려 80%나 적용해줍니다. 15억원으로 설정된 대출상한도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이분들이 집을 살수가 없습니다. 기존에 집을 가진 분들도 경기침체로 인해 갈아타기를 주저하는데 전재산에 가까운 자금이 들어가는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현재 거래절벽과 가격조정은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입니다. 집을 사고 싶은 사람을 못 사게 만들고 있는데 어떻게 거래가 되고 가격이 오를 수가 있겠습니까?
서울의 주택거래량은 월 1만건 내외가 정상입니다. 1000건도 안되는 현재 주택거래는 특수한 거래 상황입니다. 거래되는 주택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증여성직거래를 제외하면 대부분 일시적2주택자의 비과세 급매물입니다. 세금을 내지 않는 만큼 가격을 조정해줄 수 있기 때문에 시세보다 월등히 떨어진 가격에 거래가 이루어집니다. 이런 특수한 상황에 있는 거래들을 가지고 만든 집값 통계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부동산 거래 현장에 나와있는 매물들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급매를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오른다 거나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잘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집값의 동향을 맞추는 것은 신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여러 부동산 지표를 들면서 상승의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를 하는 정도이지요. 왜냐하면 실수를 하게 되면 신뢰가 추락하고 한번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책임 있는 정부관계자가 이야기하는 집값에 대한 평가는 문제가 큽니다다. 거듭되는 국토부장관을 비롯한 정책 수장들의 집값에 개입하는 듯한 발언은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립니다. 270만호 주택공급계획을 발표한 현 정부 또한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주택수요자들은 부동산정책에 있어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실망이 큽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느꼈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현재는 집값이 하향 조정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주택공급의 여건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습니다. 금리폭탄에 주택착공은 25% 급감했습니다. 부동산PF가 거의 중단되면서 주택사업자들은 주택사업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상황은 미래 주택공급이 부족할 것임을 나타냅니다. 집값을 평가하는 여유시간에 공급상황을 다시 점검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할 듯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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