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사고에서 우리가 본 폭발은 원자로가 핵폭발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원자로에서 발생한 수소가스가 폭발한 것이다. 우리 원자로는 그 어떤 조건에서도 절대 핵폭발을 일으킬 수 없다. 다만 수소는 제거해야 폭발을 방지할 수 있다. 수소를 없애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수소점화기’, 전기로 뜨거운 불꽃을 만들어 순간적으로 태워버리는 방법. 다른 하나는 ‘PAR’로, 촉매로 수소를 산소와 결합해 물로 만들어버리는 방법이다. PAR은 후쿠시마 사고처럼 전기가 끊기더라도 동작하는 것이 큰 강점이다.
우리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교훈 삼아 전기 없이도 수소를 제거할 수 있는 PAR을 국내 모든 원전에 설치했다. 당연히 규정과 기술 기준에 따라 제작, 시험을 수행하고 전문가와 규제기관의 철저한 검증을 거쳐 설치했다. 이 과정에서 생각할 수 있는 최대의 수소가 타버리면서도 격납건물의 안전성을 확인했다. 그런데 일각에서 PAR에서 불티가 발생해 이 설비가 화재와 폭발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누명을 씌우고 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불티가 발생하면 문제가 있나? 불티는 말하자면 수소점화기가 된다. 따라서 수소 제거 관점에서 유리하다. 미국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미국 비영리단체 NRDC는 2012년 PAR 작동에 따라 수소 연소가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수소 폭연 발생 시 격납건물 과압 형성 등의 가능성이 있다며 인디언 포인트 2호기에서 PAR을 철거하기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몇 가지 이유로 이 요청을 거절했는데, 그 사유 가운데 하나는 중대 사고 시 격납건물 내에는 PAR 외에도 다수의 점화원이 있고, 이들이 오히려 수소 농도가 위험 수준에 이르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작년 1월 PAR에 문제가 있다는 공익 신고가 접수돼 원자력안전위원회 주관으로 성능 재검증 실험이 진행 중이다. 이 여파로 당시 운영 허가를 기다리고 있던 신한울 1호기는 지난해 7월, 운영 허가 조건사항으로 PAR 재검증을 받도록 했다. 그런데 신한울 1호기는 PAR이 있기 때문에 수소 농도가 10%를 넘을 수 없으며, 10% 이하에서는 그냥 타버리지 폭발은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 국제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진행 중인 실험 결과를 보면 PAR은 성능을 만족하고 있다. 오히려 너무 빨리 제거해버려 제거 속도를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야 맞다. 그런데 계속 두드리다 못 건너거나, 너무 두드려 다리를 무너뜨리면 그런 낭패가 어디 있을까? 신한울 1, 2호기에 씌워진 누명을 벗겨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에너지 전쟁에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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