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물 처리 기술 뛰어난 프랑스…한국과 원전 협력 원한다"

입력 2022-10-23 18:13   수정 2022-10-24 00:41


“이 사진을 한 번 보시겠어요?”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는 인터뷰 중 사진 한 장을 꺼내 들었다. 프랑스 북동부 도시 스트라스부르의 사진이었다. 도시 건물 크기의 빨간색과 보라색 큐브가 눈에 띄었다.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는 지난 21일 서대문구 대사관저에서 한 인터뷰에서 “빨간 큐브는 프랑스에서 원자력 발전을 시작한 1964년부터 쌓아온 고준위 핵폐기물의 규모를, 보라 큐브는 중저준위 폐기물 규모를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는 핵폐기물을 건물 하나 규모로 축소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한국과 원전 분야 협력을 추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고 있다. 프랑스 상황은 어떤가.

“프랑스도 전쟁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이웃 국가들보다는 타격이 작다. 러시아산 가스의 의존도가 낮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으로 프랑스가 수입한 가스 중 러시아산은 17%에 불과하다. 유럽연합(EU) 평균치인 40%보다 훨씬 적다. 프랑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올해 2분기 전분기 대비 0.5% 증가했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5.8%(전년 대비)로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에너지 정책 덕분에 타격 작았나.

“프랑스 정부는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대책을 도입했다. 전기 및 가스 요금 상한제, 에너지 지원금, 연료 할인 제도, 가스 의존도가 높은 기업을 지원하는 것 등이다. 이런 대책이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 이번 위기는 화석연료 소비를 절감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내년 3월 31일까지 가스 주문량을 15% 절감하기로 약속했다.”

▷프랑스 정부가 지난해 ‘원전 르네상스’를 공식화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원자력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에너지 정책의 핵심이다. 한국과 프랑스가 원전 활성화를 함께 도모하는 것은 그런 맥락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7월 EU가 원전을 친환경 그린에너지 택소노미에 포함했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예컨대 최근 1년 동안 석탄 발전으로 사망한 인구는 세계적으로 30만 명에 달한다. 석탄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환경오염 때문에 사망한 인구 규모다. 반면 원전 때문에 사망한 사람은 매우 적다.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최근 4000여 명 추가되는 데 그쳤다.”

▷친환경 원전과 관련한 프랑스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핵폐기물 처리 기술이다. 프랑스는 세계에서 재처리 기술을 통해 최종 폐기물의 규모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유일한 국가다. 심저층에 최종 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방식을 개발했다. 핀란드도 프랑스의 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원자력 핵폐기물에 대한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랑스의 핵폐기물 기술과 관련해 한국과 협력하고 싶다. 협력에는 상한선이 없다. 한국으로 수출하는 것을 포함해 기술 협력을 통해 제3국에 수출하는 것도 포함한다.”

▷프랑스는 전통적인 문화 강국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문화 정책은 역사가 깊다. 루이 14세와 콜베르 재상이 문화 강국을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루이 14세는 건축, 문화, 무용 등 다방면에서 일가견이 있었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이런 기조가 더 강해졌고, 이를 토대로 프랑스 문화의 세계 위상도 높아졌다. 문화는 ‘소프트파워’라고 생각한다.”

▷한국 문화는 어떤가.

“세계 문화계에 여러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주역들의 등장이 첫 번째 현상이다. 여기엔 한국도 포함된다. 두 번째 현상은 세계화다. 세계화를 통해 모든 문화가 상호 교류하고 융합하고 있다. 예컨대 프랑스 영화가 한국 영화에 영향을 미쳤고, 한국의 문화와 미학이 세계 각국에 영향을 주고 있다. 세 번째 현상은 진정성 추구다. 한국 문화 콘텐츠의 성공이 이와 관련이 깊다. ‘기생충’ ‘오징어 게임’과 같은 한국 콘텐츠는 타협하지 않는 진정성이 담겨 있는 동시에 보편성도 갖췄다. 한국인이 아니라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세계 시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 필립 르포르 대사는

△1956년 11월 30일 출생
△1985~1987년 국립행정대학원
△1987~1991년 주러시아 대사관 2등 및 1등 서기관
△1993~1997년 주일 대사관 1등 서기관
△1997~2000년 주미 대사관 2등 참사관
△2014~2015년 재외동포영사행정 특별담당관
△2019년 9월 1일 주한 프랑스 대사 임명


박주연/전설리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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