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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주식을 저가에 사들이는 '바이 더 딥(buy the dip)' 전략에 나서지 말 것을 투자자들에게 조언했다. 시장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선 시세 차익을 노리는 주식 투자보다는 채권과 배당금으로 수익원을 다각화할 것을 제안했다.
20일(현지시간) 투자정보매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블랙록은 최근 올 4분기 투자 전망 보고서를 공개했다. 웨이 리 블랙록 수석투자전략가는 "물가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을 뿐 아니라 중앙은행이 거시경제 기반을 판단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며 "과매도 장세에서 주식을 사들인 뒤 주가가 반등했을 때 되파는 전략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블랙록은 저가 매수 전략을 취하기 어려워진 배경으로 공급난으로 야기된 인플레이션 문제를 지적했다. 리 투자전략가는 "코로나19 유행으로 나타난 공급망 문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는 움직임 등으로 더 악화됐다"며 "미국 중앙은행(Fed)이 물가 상승률을 2%대로 잡고자 한다면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이 2% 감소하고 일자리 300만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요가 아닌 공급 문제가 인플레이션를 일으킨 만큼 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잡으려는 시도는 결국 민간 경제에 타격을 줘 증시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블랙록은 보고서에서 "여전히 주가는 경기 침체 위험과 고금리가 얽힌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주가가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약세장인 만큼 당분간은 채권 수익과 배당금을 노리는 투자가 수익 증대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게 블랙록의 평가다.
향후 6~12개월간 자산별 투자 의견도 공개했다. 블랙록은 주식뿐 아니라 국채에도 '비중 축소' 평가를 내놨다. 블랙록은 "올해 국채 금리가 치솟았지만 5년 후의 명목 금리가 더 높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성에 대해 시장이 과소평가 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국채에 대해서도 비중 축소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신용채권을 두고선 '비중 확대' 평가를 내놨다. 국채보다 신용채권의 금리가 더 가파르게 오르면서 부도 등의 투자 위험을 상쇄할 만큼 신용채권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블랙록은 하이일드(고수익·고위험) 채권 투자에 대해선 '중립' 의견을 제시했지만 신흥국 시장 채권에 대해 비중 확대를 권고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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