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24일 실적 콘퍼런스콜을 열어 3분기에 매출 37조7054억원과 영업이익 1조5518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2분기의 역대 최대 기록(35조9999억원)을 한 분기 만에 경신한 것으로, 전년 동기(28조8672억원)보다는 30.6% 증가했다.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이 개선되면서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늘었고, 고환율로 원화 환산 규모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소폭 감소했다. 3분기에 반영된 세타2 GDI 품질비용 1조3602억원을 제외하면 2조9120억원으로 2분기(2조9798억원)와 비슷했다.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수익성 높은 차종을 앞세우며 글로벌 판촉비(인센티브)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인 덕분이다. 판촉비를 쓰지 않아도 비싼 차가 잘 팔렸다는 뜻이다.
현대차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연초 대비 달라진 경영환경을 반영한 2022년 실적 가이던스 수정치도 내놨다. 올해 도매 판매 목표치를 432만 대에서 401만 대로 약 7% 하향 조정했다. 우크라이나전쟁과 공급망 경색 장기화 등의 영향이다. 매출 증가율은 기존 목표 13~14%에서 19~20%로 높였다. 영업이익률 목표도 기존 5.5~6.5%에서 6.5~7.5%로 올려잡았다. 차량 평균 판매가격(ASP)이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가 글로벌 무대에서 순항하고 있지만 고민도 적지 않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발등의 불이다.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 7500달러를 지급하는 IRA에 따라 현대 전기차는 조지아 신공장이 완공되는 2025년까지 가격 경쟁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현대차그룹은 완성차 브랜드의 전체적인 가격 인상 기조에도 니로 EV의 최상위 모델 가격을 200달러 인하하는 등 대응을 본격화하고 있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미국은 2030년 전기차 187만 대 판매 목표 중 28%를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이라며 “탄력적인 가격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설명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또다시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지난달 3일 약 2주간 미국을 방문한 지 두 달이 채 되기 전에 다시 미국으로 향한 것이다. 정 회장은 25일 조지아 신공장 착공식에 참석한 뒤 알리 자이디 미국 백악관 기후보좌관 등 관련 인사와 만나 IRA 대응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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