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 찾는 5060, 카드대출 몰렸다

입력 2022-10-24 17:41   수정 2022-11-01 16:10


신용카드 장·단기 대출인 카드론과 현금서비스가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로 불어났다.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증가액은 이미 작년 연간 규모에 육박했다.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여파로 줄어들고 있는 은행 신용대출과 정반대 흐름이다. 특히 고금리 카드대출은 생계형 급전 수요가 많은 50~60대 이상에서 크게 늘고 있다.
1년 반 만에 증가율 최대
24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카드 등 자산 규모 기준 상위 5개 카드사의 신용카드대출 잔액은 34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장기대출인 카드론이 29조3000억원, 단기대출인 현금서비스는 5조1000억원이었다. 지난해 말에 비하면 모두 1조5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반년 만에 작년 연간 증가액(1조6000억원)을 따라잡았다.

카드대출이 늘어나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작년 말 -1.2%까지 떨어졌던 카드대출 증가율은 올해 1분기 1.5%, 2분기 3%로 수직 상승했다. 기준금리가 연 0.5%까지 내리며 이례적인 초저금리 환경이 펼쳐진 2020년 4분기(4%) 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이는 은행 신용대출이 올 9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10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자고 나면 오르는 은행 대출 금리와 달리 카드대출 금리는 올 상반기까지 오히려 하락하면서 급전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7개 전업카드사 카드론 평균 금리는 올 1월 연 13.6%에서 6월 12.9%로 소폭 내렸다. 같은 기간 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연 5.3%에서 연 6%로 상승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론은 이미 금리가 높은데다 인터넷은행의 중신용자 대출 확대로 경쟁도 더 치열해지면서 대출 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며 “대출 규제가 더 촘촘한 은행권에선 대출을 못 받는 사람들이 고금리에도 카드론을 많이 쓴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령층 ‘급전’ 수요 몰려
생계형 대출이 많은 50~60대 이상의 카드대출이 두드러지게 늘었다. 6월 말 기준 5대 카드사의 카드대출 잔액을 연령대별로 보면 50대와 60대 이상이 총 17조1000억원으로, 전체의 절반(49.7%)을 차지했다. 1년 전(15조5000억원)에 비하면 10.3%,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2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32.6% 증가한 규모다. 각각 4.2%, 19.4%인 전체 증가율을 크게 웃돈다. 이 기간 3040세대 카드대출은 꾸준히 감소했고, 20대 카드대출은 3조원 후반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이는 이미 은퇴했거나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5060세대가 급한 대출을 고금리 카드론으로 충당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금리가 높은 카드론은 긴급한 생활자금 용도가 대부분”이라며 “50~60대 이상 연령대는 은퇴 후 무직이거나 자영업자인 경우가 많고, 소득이 적다 보니 담보가 있어도 대출 규제에 걸려 은행에서 밀려나 카드대출에 의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생계형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향후 부실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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