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로선 90%로 설정된 공시가격 현실화율 목표치가 80%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2년 새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와 올해 공동주택 기준 공시가격 상승률은 각각 19.05%, 17.22%다. 매년 한 자릿수를 유지해오다 지난해부터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목표치 달성 기간도 현행보다 늦춰질 전망이다. 현실화율 목표치 90% 달성 시점은 부동산 유형별로 다르다. 공동주택은 2030년, 단독주택은 2035년, 토지는 2028년으로 설정돼 있다. 이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탄력적 조정 장치 도입도 고려되고 있다. 경제 위기나 부동산 가격 급등 등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일시적으로 낮추거나 유예하는 제도다. 업계 관계자는 “예컨대 부동산시장 냉각기가 지나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 공시가격도 덩달아 상승해 주택 보유자의 각종 세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갑작스러운 세금 폭탄 등을 피하기 위해 탄력적 조정 장치의 시행 요건이나 절차 등을 구체화해 놓으면 향후 시장 혼란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의 과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2030년까지 시세의 9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공시가격 환원과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강조했다. 이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낙폭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공시가격과 시세가 역전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 강북구와 대구 수성·달서구, 세종시, 수원 영통구 등에서 올해 재산세를 납부한 시점인 7월 부동산 시세가 1년 전보다 10% 이상 하락한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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