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가 ‘벨 에포크(Belle Epoque)’를 100여 년 만에 되찾은 느낌입니다.”
24일 폐막한 ‘파리 플러스 파(Paris+Par) 아트바젤’에서 만난 국내외 예술인들에게 “이번 아트페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을 들려줬다. 벨 에포크는 1900년 전후 파리가 문화 예술을 앞세워 세계의 중심이 됐던 때를 말한다.
파리를 100년 전으로 되돌려 놓은 건 지난 19일 에펠탑 끝자락 그랑팔레 에페메르 전시장에서 문을 연 아트바젤 파리였다. 이곳은 원래 42년 된 프랑스 토종 아트페어 피악(FIAC)이 열리는 자리였다. 하지만 경영난으로 올초 FIAC이 두손 들자, 아트바젤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불과 9개월 전에 투입된 아트바젤은 FIAC과는 다르게 아트페어를 설계했다.
세계 최대 아트페어를 운영해온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세계적인 갤러리를 들여오는 동시에 파리의 작은 갤러리도 함께 품었다. 지원군으로 ‘세계 예술의 수도’가 낳은 명품 기업들을 끌어들였다. 그렇게 준비한 행사에 닷새 동안 4만 명이 찾았다. 아트바젤의 ‘파리 데뷔전’에 전 세계 갤러리스트들이 ‘A’학점을 준 이유다.
아트바젤 파리는 ‘로컬과 글로벌의 결혼’을 핵심 콘셉트 가운데 하나로 잡았다. 그래서 위원회 위원 10명 중 4명을 파리에 본거지를 둔 전통 있는 갤러리 대표로 선발했다. 글로벌 갤러리에 로컬 갤러리가 묻히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들레핀 디렉터 역시 FIAC 임원 출신이다. 전체 부스 참여 갤러리 중 3분의 2를 기존 FIAC 위원회가 선정하도록 했다. 올해 참여한 156개 갤러리 중 48곳, 약 30%는 파리 기반의 갤러리다. 신진 갤러리를 보여주는 ‘이머징 갤러리’ 섹션에는 이전보다 두 배 많은 16개 갤러리가 각각 20㎡의 부스를 받았다.
아트바젤은 또 이전 FIAC의 입장료 수준인 하루 40유로(약 5만6000원)를 유지했다. 아트바젤 마이애미(약 10만원), 바젤(약 8만2000원)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파리는 이번 행사로 ‘역사와 전통, 혁신으로 무장한 세계 예술의 중심지’임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10월 셋째 주 열린 아트바젤 전후로 파리의 100여 개 갤러리와 18개 예술 기관, 국공립 박물관들은 모두 블록버스터급 전시와 공공 예술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전 세계 140개 재단이 이를 후원했다.
튈르리정원과 국립들라쿠르아기념관, 방돔광장 등 도시 전체에 누구나 볼 수 있는 대형 예술 작품을 설치했다. 퐁피두센터는 앨리스 닐 초상화 전시를, 루이비통재단은 클로드 모네와 조안 미첼 2인의 비교 전시를, 시립미술관인 프티팔레는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을, 오랑주리미술관은 샘 자프란의 전시를 열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영부인은 일반 관람일인 20일 행사장을 찾아 응원했다. 전 세계 7개 갤러리를 운영하는 갈레리아 콘티누아 로렌조 피아스치 대표는 “짧은 준비 기간에 최상위 수준의 페어가 가능했던 건 예술을 사랑하는 파리의 문화적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이라며 “파리+가 아니라 ‘파리+++’라고 이름 붙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파리=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