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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민관 합동 규제개혁기구인 ‘경제 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 공동 팀장을 맡고 있는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사진)는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을 문제 삼았다. TF 출범 4개월이 지났는데도 규제개혁 성과가 부진한 이유를 거론하면서다. 김 교수는 지난 17일 경제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제3차 TF 회의에서 “일부 부처 담당자들의 규제혁신 참여가 부진하다”고 직격해 주목받았다.
그는 특히 안전 분야에선 일선 공무원이 실효성 없는 과잉 규제조차 바꾸려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정 규모 이상 건설회사와 화학물질을 다루는 제조업체에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안전보건관리담당자, 관리감독자, 안전보건조정자 등 온갖 종류의 안전 책임자를 두거나 대형 수탁사에 맡기도록 한 산업안전보건법을 예로 들었다. 김 교수는 “사고 예방에 큰 도움도 안 되면서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며 “영세 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반발이 심한데도 고용노동부는 안전 강화라는 명분만 내세워 규제 완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완화는 환경부 반대에 막혀 무산됐다”고 했다. 특히 “화평법·화관법의 일부 규정은 정작 벤치마킹 대상인 유럽연합(EU)의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 규제보다 훨씬 까다로워 기업들이 납득도, 적응도 못 하고 있다”며 “반도체산업은 화학물질을 많이 사용하는데, 화평법·화관법 때문에 중소 반도체업체의 투자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일선 공무원이 규제개혁에 소극적인 이유에 대해 “공무원 입장에선 규제를 완화해도 얻는 인센티브는 없는 데 비해 추후 사고가 발생하면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너무 크다”고 했다. “규제를 완화한 분야에서 사고라도 나면 감사원 감사가 이뤄지는데 어떻게 규제를 풀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국민의 이익에 부응하려는 규제개혁 노력이 감사원이나 부처 내 감사조직의 업무와 상충하는 경우가 많아 현실적으로 규제 완화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중앙부처 공무원 입장에선 규제를 갖고 있어야 권한이 세지고, 자신이 퇴직 후에 챙길 기관장 자리도 많아진다”며 “지난 20여 년간 공직사회에서는 개인적으론 규제가 늘어야 좋다는 인식이 확실하게 학습됐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대통령이 직접 수도권 규제 완화 같은 구체적 의제를 제시하고 정치적 리스크를 떠안아야 일선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규제개혁에 나설 수 있다”며 “지금처럼 명확한 의제가 보이지 않으면 TF의 성과는 ‘이삭줍기식’ 규제 완화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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