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야마기와 다이시로(54) 경제재생장관은 이날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총리와 면담한 뒤 기자들을 만나 사표를 제출했다. 기시다 총리는 야마기와 장관의 사의를 받아들여 25일 후임을 발표할 예정이다. 닛케이는 기시다 총리가 사실상 야마기와 장관을 경질한 셈이라고 보도했다.
야마기와 장관은 기시다 총리의 대표 정책인 ‘신(新)자본주의’ 정책과 코로나19 대책을 맡은 내각 핵심 관료였다. 지난 8월 개각 때에도 장관 7명이 교체됐지만, 야마기와는 살아남았다. 가정연합과의 유착 때문에 야당의 공격이 계속되자 여론을 잠재우려 경질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올 7월 통일교에 원한이 있는 용의자에게 사설 총을 맞아 숨진 뒤 기시다 내각 각료나 집권당인 자민당 간부가 가정연합과 연루됐다는 의혹이 퍼졌다. 의혹이 제기된 인물 중에 사퇴를 선언한 건 야마기와가 처음이다. 일본 내에선 다른 각료 및 여당 간부로 ‘사퇴 도미노’가 이어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야마기와 장관은 가정연합이 주최한 모임에서 한학자 가정연합 총재와 함께 촬영한 사진 등이 언론을 통해 드러났으나 “기억에 없다"며 가정연합과 관계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아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사퇴 압력을 받았다.
아베 전 총리 사망 후 자민당과 가정연합 간 유착 논란은 일본 정치권의 가장 큰 현안이다. 내각을 향한 여론은 악화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22~23일 18세 이상 성인(응답자 6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가정연합의 해산명령을 법원에 청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82%가 '청구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24일 보도했다.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 최저 수준인 20%대로 떨어졌다. 자민당 지지율도 30%대를 맴돌았다. ‘아오키의 법칙’이 작동할 거란 우려가 증폭됐다. 아오키의 법칙은 내각 지지율과 자민당 지지율의 합이 50%보다 낮으면 정권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일종의 가설로 이를 제창한 것으로 알려진 아오키 미키오 전 자민당 참의원 간사장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자민당 고위 관계자는 "이제부터 예산안을 편성할 시기인데, 야마기와 장관의 영향이 없도록 사임하기로 한 듯하다"며 "사퇴 판단이 늦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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