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경북 구미의 벨벳 직물 제조회사 영도벨벳은 지난해 직조 공정 중 화재가 발생했다. 작업장 안전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계기가 됐다. 물건을 들어 올리는 호이스트가 작업장 안을 이동할 때 보행자와 부딪히거나, 작업 중 탱크 안으로 추락하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었다.
두 회사가 골머리를 앓고 있던 안전 문제들은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안전서비스디자인’ 사업 덕분에 해결됐다. 서비스디자인은 작업자의 행동을 관찰해 개선이 필요하거나 더 나은 경험을 줄 수 있는 부분을 찾아 개선하는 디자인 사업이다.

보행자와 지게차 동선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작업장 바닥에 색깔을 명확히 입혀 구분했고, 지게차 도로엔 횡단보도를 설치했다. 또 전선을 수직화해 감전과 누전의 위험을 줄였고, 안내판은 글씨 외에 픽토그램을 삽입하고 명도를 높여 눈에 확 띄게 했다.
디자인진흥원과 산업단지공단은 지난해 11월 ‘근로자 중심의 산업단지 혁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 지난 3월엔 ‘안전서비스디자인사업 협업 추진계획’을 공동 수립했다. 올해는 스마트그린 산업단지 입주기업 8개 사를 대상으로 안전서비스디자인 관련 컨설팅과 실증을 시범으로 진행하고 있다. 컨설팅과 디자인에 특화된 회사를 선정한 뒤 도움이 필요한 중소·중견기업을 매칭해주는 식이다.
또 지난해 선행 과제로 개발한 ‘산업단지 안전 문제해결 디자인 진단 툴’을 고도화하고 있다. 진단하려는 작업 환경의 현장 적합성과 사용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위험 요소를 개선해 근로자 안전 강화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경남 창원 국가산업단지의 자동차 부품 제조사 태림산업은 변전실 내·외부 공간 디자인을 개선하고 있다. 공장 후면부 동선을 통한 보행자 안전도 디자인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바닥이나 출입문에 눈에 띄는 픽토그램형 안전 그래픽을 설치하고, 건물엔 노란색 가림막과 안전 기둥을 설치해 안전에 대한 상징성을 크게 키우는 식이다.
광주 첨단산업단지의 광케이블 전문 제조사 무송지오씨는 작업장 내 기계 사이사이의 공간이 좁은 데다가 널브러져 있던 철제 보빈들이 위험 요소였다. 특히 아무렇게나 놓여 있던 칼, 가위 등에 베이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디자인진흥원이 해결사로 나섰다. 공장 내부의 전반적인 동선을 재구축하고 효율적인 공구 보관을 위한 디자인을 마련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또 시흥 반월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자동차 부품 제조사 프론텍은 차량 진출입 충돌 안전에 관한 주 출입구 구획 디자인, 지게차 충전·보관소 디자인, 물류 적재 공간의 레이아웃 정리 등을 통해 ‘안전 기업’으로 탈바꿈 중이다. 그밖에 인천 기반 화장품 제조사 피엘코스메틱, 부산 녹산산업단지의 표면처리 전문 회사 동아플레이팅, 경기 시흥의 자동차 부품 제조사 지이엔 등이 안전서비스디자인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디자인진흥원은 다음 달 23~27일 열리는 국내 최대 디자인 전시회인 ‘디자인코리아 2022’에서 사업의 주요 성과를 공유할 계획이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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