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주요 글로벌 기업이 감산이나 투자 축소를 공식화하고 있다. 세계 3위 D램 업체로 낸드플래시 사업도 하고 있는 마이크론은 지난달 “2023회계연도(2022년 9월~2023년 8월) 설비투자를 약 50% 축소해 공급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낸드플래시 세계 3위 업체 키오시아도 “이달부터 웨이퍼 투입량을 30%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2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 SK하이닉스마저 감산을 공식화하면서 삼성전자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2분기 기준 시장점유율은 D램 43.4%, 낸드플래시 33.3%로 두 시장 모두 세계 1위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꽃놀이패’를 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쟁사들이 줄줄이 감산을 선언했기 때문에 굳이 생산량을 줄이지 않아도 시장 공급량이 줄어드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가 2.95% 오른 것도 SK하이닉스의 감산 선언으로 공급 과잉 우려가 잦아든 영향이 크다. 경쟁사들의 감산 행보에 발을 맞춰도 나쁠 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전체 공급량이 더 줄기 때문에 반도체 가격이 예상보다 일찍 반등할 수 있어서다.
현재까지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감산을 선언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을 책임지는 경계현 사장이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업황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달 초엔 한진만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이 “감산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경쟁사를 압도하는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가격 하락을 좀 더 용인하고 경쟁사들의 손실 확대를 유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대학 반도체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는 D램 양산 신기술 적용에 따른 일시적 생산 효율성 하락, 라인 재배치 등으로 생산량 조절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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