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 수낵 영국 신임 내각이 오는 31일로 예정됐던 예산안 및 중기 재정전망 발표를 다음 달 17일로 연기했다. 새로운 경제 전망을 반영한 재정 계획을 마련하기 위해선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이날 오전 수낵 신임 총리와 회담 후 예산안 및 중기 재정전망 발표를 11월 17일로 미룬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영국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나라라는 자신감과 경제적 안정성을 회복하는 것"이라면서 "재정 계획이 정확한 경제 예측을 반영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리즈 트러스 전임 내각의 대규모 감세안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대혼란을 초래한 만큼 재정 적자를 메울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데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트러스 전 총리는 지난달 말 재정 마련 방안이 빠진 대규모 감세안을 내놓으며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시장이 영국의 이번 예산안 및 중기 재정전망 발표에 관심을 쏟고 있는 이유다. 로이터통신은 "영국 정부는 400억파운드(약 64조원)에 달하는 재정 적자를 메울 방안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재정 지출 삭감과 감세 취소를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수낵 총리는 트러스 전 총리의 대규모 감세안을 "동화 같은 이야기"라며 비판해왔다.
수낵 내각의 연기 결정에 국채 금리는 소폭 상승(국채 가격 하락)했다. 영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3.65%로 0.03%포인트 상승했고 30년물 금리는 연 3.78%로 0.11%포인트 상승했다.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킬 재정안이 마련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트러스 내각 당시의 국채 투매 현상은 없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