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관계자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 따라 한국산 전기차가 미국 시장에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이중처벌을 받게 됐다"며 비판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27일 현지 언론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AJC)에 따르면 호세 무뇨스 현대차그룹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사장)은 전날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
무뇨스 COO는 이 자리에서 지난 5월 현대차의 미국 내 전기차 공장 건립 발표를 언급하며 "불과 몇 개월 만에 이런 법(IRA)이 나온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존중하지만 문제는 앞으로 2~3년이다. 이 법의 영향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 정부와 경제발전 계약을 맺은 현대차 등 자동차 제조업체는 그만한 편의를 제공받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 이중처벌을 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무뇨스 COO는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를 통해 새 법을 통과시키기보다는 행정적으로 이 법을 손질해 현대차 같은 업체에 과도기에 대한 준비기간을 줄 것을 희망한다"고 언급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현대차 소속 임원이 IRA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낸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의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HMGMA) 기공식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현대차는 2025년 상반기 조지아주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북미 지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을 지급받도록 하는 IRA에 따라 현지에 막대한 투자를 했음에도 약 2~3년간은 미국 시장에서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올 5월 바이든 대통령 방한에 맞춰 미국에 105억달러(약 13조8558억원) 규모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을 선택해준 데 대해 감사하며 미국은 현대차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IRA에 따라 현대차의 전기차가 미국 시장에서 경쟁사에 뒤처질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미국에서 판매 중인 현대차 아이오닉5·코나EV·아이오닉 EV, 기아 니로EV· 쏘울 EV·EV6는 전량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되기 때문에 세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
최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IRA와 관련해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에 대한 우려를 알지만 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예외 조치가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현대차의 조지아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과 관련해 IRA에 대해선 별다른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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