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삼성 사내 게시판에 올린 ‘미래를 위한 도전’의 일부다. 이날 이 회장은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10년 만에 회장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이재용 시대’의 출발을 알렸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삼성전자의 실적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 회장이 책임 경영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소회와 각오’는 “마누라와 자식을 빼곤 다 바꾸자”던 고(故)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을 이을 이 회장의 ‘뉴 삼성’ 청사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장은 이날 취임사를 대신해 지난 25일 이건희 회장 2주기를 맞아 사장단 간담회에서 밝힌 소회와 각오를 전 임직원에게 공개했다. 이 글에는 이 회장의 신경영 의지가 담겼다. △적극적인 책임 경영 △인재 제일 경영 △초격차 기술 강조 △조직·문화 혁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이다.
이 회장은 “이건희 회장님의 치열했던 삶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며 “선대의 업적과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게 제 소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글로벌 시장과 국내외 사업장을 두루 살펴봤더니 절박했다”며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고 진단했다.
이 회장은 책임 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돌이켜 보면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며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기 극복에 힘을 모으자고 했다. 이 회장은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가야 한다”며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초격차 기술력 확보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 회장은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도 반도체 신규 투자, 인수합병(M&A) 등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조직·문화 혁신에도 나설 전망이다. 이 회장은 “인재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조직문화, 도전과 열정이 넘치는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ESG 경영도 이 회장의 신경영에 포함될 전망이다. 이 회장은 “삼성은 사회와 함께해야 한다”며 “고객과 주주, 협력회사,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해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미래 삼성의 비전으로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기업 △세상에 없는 기술로 인류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기업 등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글 말미에서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듭시다. 제가 그 앞에 서겠습니다”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아버지, 할아버지 때보다 더 많은 국내외 주주의 관심을 받는 데 많은 책임감을 느끼는 것으로 안다”며 “회장 직함을 달고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기준 삼성전자 보통주를 보유한 소액주주는 592만2693명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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