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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스토리텔링만 특화해 강의를 시작한 게 십수 년 전이어서 스토리텔링이 활성화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은 이미 2400년 전부터 뜨거웠던 이론이다. 스토리텔링을 거론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책이 아리스토텔레스가 기원전 335년에 쓴 <시학>이다. 오늘날 스토리텔링 강사들이 학생들에게 꼭 추천하는, 그야말로 생명이 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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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어 원전 번역본 <시학>이 여러 권 나와 있지만 박정자 상명대 명예교수가 낸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권하는 이유는 해설 때문이다. 전체 159쪽 가운데 해설이 56쪽에 이르는데, 해설을 읽고 나면 26장으로 구성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시학>에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의 작가들이 거론된다면 박 교수의 해설에는 우리가 잘 아는 드라마와 영화가 등장한다.
26장의 짤막짤막한 이론을 보면 익숙한 듯 아리송한 단어들이 눈에 들어온다. 모방, 카타르시스, 개연성과 필연성, 파토스와 에토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비극과 희극 등등 너무나 자주 쓰는 개념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쾌한 설명이 책 속에 가득하다.
‘비극은 보통보다 잘난 사람, 희극은 보통보다 못난 사람을 그리는 것’으로 요약하는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롯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수한 비극의 구조’는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이어야 하며, 두려움과 연민을 일으키는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의로운 사람이 행운에서 불운으로 떨어지면 안 되고, 성질 나쁜 사람이 불운에서 행운으로 옮겨가도 안 되고, 극악무도한 인간의 추락을 보여줘서도 안 된다. 극악무도한 인간이 추락하면 신날 것 같지만 그런 플롯은 자칫 동정심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 두려움은 우리와 비슷한 사람의 불운에서 야기되기에 극악한 사람의 추락은 연민도 두려움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플롯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인물의 성격, 즉 캐릭터다. 인물들은 ‘선해야 하고, 적합성이 있어야 하며, 사실적이어야 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게 아리스토텔레스의 인물론이다. 플롯 구성과 인물 묘사는 언제나 필연성과 개연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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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은 이제 반드시 통달해야 할 ‘만능 치트키’가 되었다. 스토리텔링의 비밀이 가득 담긴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박 교수의 친절한 해설과 함께 정복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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