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1위' 삼성전자 "감산 없다" 발표에…2·3위 하이닉스·마이크론 급락

입력 2022-10-28 15:57   수정 2022-10-2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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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2위 업체인 SK하이닉스 주가가 2거래일 만에 10% 넘게 급락했다. 업계 1위 삼성전자가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이달 들어 감산 기대감에 힘입어 반등하던 반도체주 주가가 다시 하락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주가가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다시 하락한 만큼 분할 매수 관점에서 접근할 만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주 동반 급락
28일 SK하이닉스는 7.33% 하락한 8만3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등락률 기준으로 2020년 3월 18일 이후 2년 7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이 회사 주가는 전날에도 4.15% 하락하며 이틀 동안 11.98% 빠졌다. 시가총액 순위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3위 자리를 내주며 4위로 밀려났다.

메모리 반도체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도 27일(현지시간) 5.84%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전날 강보합(0.17%)에 이어 이날 3.70% 하락하며 비교적 선방했다.

이달 들어 반등하던 메모리 반도체 관련주가 일제히 무너진 것은 삼성전자의 감산 기대감이 사그라든 영향이 크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전날 실적설명회에서 “인위적인 감산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키오시아 등은 모두 감산과 투자 축소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업계에선 삼성전자도 감산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었다.

사이클 산업인 메모리 반도체는 업황이 악화하더라도 감산과 투자 축소 계획이 나올 때마다 주가가 반등했다. 2019년 감산에 나섰던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7.0% 급감했지만 그 해 주가는 55.54% 뛰었다. 지난 3분기에도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어닝 쇼크를 기록했지만 주가는 오름세를 보였다.
"삼성전자, 점유율 올라도 주가는 부진" 전망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2·3위 업체의 점유율 하락 등 여파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도 단기적으로 주가 하락을 피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당초 증권가에서 전망하던 것보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폭이 커지고 업황 회복 시기도 늦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공급 조절에 대한 기대감에서 시작한 주가 반등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것 같다”며 “당분간 트레이딩 관점에서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했을 때 저가 매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오르더라도 그것만으로 주가가 상승하긴 어렵다”며 “전반적인 반도체 업황 회복과 더불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스마트폰 등 다른 사업부에서도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기존에 발표했던 감산 및 투자축소 계획을 철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메모리 반도체 감산은 기본적으로 업체 간에 어느 정도 공조가 필요하다”며 “1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점유율 경쟁에 나서겠다고 한 상황에서 2·3위 업체들만 무작정 감산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달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던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차익 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외국인은 지난 이틀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1673억원, 160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 시기를 내년 3분기로 보고 있다. 반도체주 주가는 업황을 3~6개월가량 선행하는 만큼 내년 1분기에 바닥을 찍고 추세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지난 이틀간 하락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과거 최저점 배수들의 평균치인 0.95배를 뚫고 내려와 0.88배에 도달했다”며 “최악의 경우 주가가 10~15%가량 하락할 순 있지만 업사이드가 훨씬 큰 만큼 분할 매수할 만한 가격대인 것은 맞다”고 조언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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