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8일 16:5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채권시장에서 만기가 짧은 단기물에 투자수요가 쏠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신용등급 AAA급 우량 공기업들도 장기물 발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단기물 위주로 회사채를 구성한 교보증권은 ‘완판’에 성공했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AAA급) 이날 1년6개월물 800억원과 20년물 800억원 공사채에 대한 입찰을 진행했다. 800억원을 모집한 1년 6개월물 공사채에는 2300억원의 응찰이 들어왔다. 예상치를 뛰어넘는 주문이 들어오자 발행 물량을 1100억원으로 늘렸다. 조달 금리도 안정적인 수준에서 책정됐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개별민평(민간 평가회사들이 책정한 평균 금리)에 35bp(bp=0.01%포인트) 가산한 금리에 낙찰됐다.
좋은 성적표를 거둔 단기물과 달리 만기 20년 장기물 발행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모집 물량을 밑도는 100억원의 매수 주문만 들어오면서 20년물 발행을 포기했다.
한국전력공사(AAA급)가 발행하는 한전채도 단기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이날 열린 한전채 입찰 결과 2년물은 2000억원 모집에 3300억원의 응찰을 받아 연 5.9% 금리로 2900억원을 발행했다. 반면 만기가 더 긴 3년물은 2000억원의 모집 물량을 채우지 못하고 1200억원을 연 5.99%에 찍는 수준에서 그쳤다.
업계에서는 보험사, 연기금, 공제회 등 주요 기관들이 장기물에 대한 지갑을 닫은 여파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장기물 시장 ‘큰손’인 보험사들이 채권 매수에 소극적으로 돌아서면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보험사들이 장기물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이달 들어 2조5472억원에 달하는 채권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채권 매수세를 이어오던 보험사들은 지난달 처음으로 6317억원(월별 기준)을 순매도했다. 최근 들어 채권시장 불안이 더욱 커지면서 매도 물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사채뿐 아니라 일반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회사채 시장에서도 장기물 외면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HDC와 한화그룹의 합작회사인 통영에코파워는 지난 27일 열린 510억원 규모 3년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단 한 건의 주문도 들어오지 않았다. 만기가 긴 3년 만기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주춤한 게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기업들은 만기 구조를 최대한 짧게 가져가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교보증권(AA-급)은 이날 열린 1500억원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3660억원의 주문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얼어붙은 회사채 투자심리를 고려하면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만기 구조를 최대한 짧게 가져간 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회사채의 만기 구조를 1년물 1200억원과 1년6개월물 300억원으로 구성했다. 1년물에 3330억원, 1년6개월물에 330억원의 주문이 접수됐다.
조달 금리 상단을 높게 잡은 것도 흥행 비결로 꼽힌다. 민간 채권평가사가 집계한 평균(개별민평)보다 1년물은 최대 110bp(bp=0.01%포인트), 1년6개월물은 최대 130bp를 가산한 금리를 희망금리로 제시했다.
흥행에 성공하면서 증액 발행도 결정했다. 다음달 7일 1년물은 2630억원, 1년6개월물은 330억원을 발행할 예정이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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