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팩트는 맞는 듯합니다. MZ세대가 적극적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선 시기는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2020년과 2021년이었습니다. 2019년 19만여명(27.4%)에 그쳤던 MZ세대 매입비중은 2020년 29만명(29.36%), 2021년 23만여명(30.1%)까지 늘었습니다. 오래전에 주택을 구입했던 베이비부머와 비교하면 매입시기가 최근이다 보니 느끼는 부담은 더욱 클 겁니다. 특히나 자산축적이 되지 않았고 대부분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들이다 보니 버티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베이비부머의 입장에서는 집을 팔고 있는 MZ세대도 집값이 반토막 되길 바라는 무주택자 모두 마음에 들지 않을 겁니다. 금융자산의 비중이 크지 않은 우리나라 베이비부머에게 집은 노후자금의 원천입니다. 노후에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집값이 떨어지면 안됩니다. 그동안 오른 집값은 고려대상이 아닙니다. 이미 가격의 앵커(anchor;닻)는 오른 현재에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MZ세대들의 주택매입에는 무리한 측면도 있지만 대부분은 시간과 자금계획을 잘 세우고 내 집 마련에 나섰을 겁니다. ‘영끌’이라는 단어는 MZ세대에만 적용되는 수식어는 아닙니다. 베이비부머 또한 영혼까지 끌어 모아 집을 샀습니다. 가진 돈을 모아서 집을 사는 경우는 주변을 봐도 거의 없습니다. 일단 집을 사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이후에 갚아 나가는 겁니다. 따라서 급매를 던지는 사람의 비중이 2030세대가 많을 수는 있겠지만 4050세대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4050세대는 오히려 베이비부머와 MZ세대 사이에 낀 세대로 더 여유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2030세대의 내 집 마련에는 베이비부머의 후원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주택매수자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베이비부머와 2030세대의 비중은 늘어나는데 반해 4050세대의 비중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습니다. 또다른 세대론이라 부담은 되지만 실제로 통계에서도 이런 추세가 나타나는 중입니다
이런 점 등을 고려한다면 베이비부머와 MZ세대를 중심으로 언급되는 부동산 세대론은 허구에 가깝습니다. 세대론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헝가리의 사회학자인 카를 만하임(Karl Mannheim)은 세대를 그저 동시에 태어난 사람들의 집단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각 세대는 공통적이고 충격적인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사회적 정체성을 가지지만, 급속한 기술과 사회 변화는 세대 간 유대를 유지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고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오히려 경제적 불평등입니다. 영국의 싱크탱크 레졸루션재단(Resolution Foundation)은 세대별로 소득을 비교했는데 세대가 내려갈수록 소득은 지속적으로 감소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러한 불평등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주택소유의 사다리가 끊긴 점입니다. 20대를 비교하면 1984년 3분의 2가 집을 가지고 있었으나 2001년과 2016년에는 각각 59%, 37%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부동산세대론의 허구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오히려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것이 좋다는 결과입니다.
균형적인 세대감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자극적으로 부동산 세대론이 횡행하는 걸까요? 필자는 현재 부동산시장의 하락에 대한 마녀사냥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측합니다. 투자는 본인의 책임임에도 불구하고 가격하락의 책임을 어딘가로 돌리고 싶기 때문일 겁니다. 심지어 ‘영끌오적’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퍼뜨리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습니다. “생애소득을 은행에 담보 잡도록 선동한 영끌 5적 중 제일 악질은?” 이라는 투표까지 횡해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본주의에서 생존하는 법을 알려준 사람들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습니다. 자산가격은 우상향해왔고 그 우상향하는 곡선에는 언제나 변동이 있었을 뿐입니다. 주택은 주식도 코인도 아닙니다. 내 집 마련에는 최적기라는 것이 없습니다. 주택은 떨어지면 팔고 오르면 사는 재화가 아님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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