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브라질 대선…역대급 좌·우 분열

입력 2022-10-30 18:05   수정 2022-10-31 00:58

인구 2억 명 이상의 중남미 대국인 브라질을 향후 4년간 이끌 대통령을 뽑는 결선투표가 30일(현지시간) 치러졌다. ‘남미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76)과 ‘남미의 트럼프’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67)이 남미 경제대국의 대통령 자리를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이번 대선에서 현직인 보우소나루는 재선에 도전한다. 룰라는 2003~2010년 초선, 재선 성공에 이어 3선을 노린다. 대선 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룰라의 지지율이 보우소나루를 앞서 왔다. 하지만 두 후보의 지지율은 근소한 차이를 보여왔다.

지난 2일 대선 1차 투표에서 룰라는 48%를 득표하며 1위를 하긴 했지만 과반 득표에 실패함에 따라 당선을 확정짓지 못해 결선투표가 치러지게 됐다. 1차 투표에서 보우소나루는 득표율 43%로 2위에 올랐다.

룰라는 지난 집권 기간에 브라질 경제를 호황으로 이끌었다는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콜롬비아에 이어 브라질까지 2차 핑크타이드(중남미 좌파 집권)를 이룬다. 단 룰라가 뇌물 수수 등 부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며 2018년부터 19개월 동안 옥살이를 한 점, 룰라식 좌파 경제정책이 지금에 와서도 유효할지 불명확하다는 의구심 등은 약점이다. 내년에 77세가 되는 룰라는 이번 대선에서 패배하면 재도전을 기약하기 어려운 고령이다.

보우소나루는 집권 기간에 막대한 정부 지출, 감세를 통한 물가 진정 등 경제정책으로 인기를 끌었다. 보우소나루의 우파 보수 성향도 지지 요인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응 미흡, 아마존 열대우림 훼손, 장남의 부패 의혹 등은 약점으로 꼽힌다. 이런 문제로 보우소나루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 법적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지 언론들은 보우소나루가 결선투표에서 패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처럼 결과에 순순히 승복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 정치평론가 토마스 트라우만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의심할 여지 없이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며 “문제는 그것이 야기할 폭력 사태의 규모”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역사상 손에 꼽힐 정도로 양극화가 심한 대선이란 평가다. 유권자들의 분열이 심화해 막판에는 ‘진흙탕 선거’로 추락했다. 룰라 진영은 보우소나루의 과거 실언을 들어 아동성애자라고 공격했다. 보우소나루 진영은 룰라를 사탄주의자라고 반격했다.

대선 투표는 수도 브라질리아 기준 30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한국시간 30일 오후 8시~31일 오전 5시)까지 진행된다. 이르면 투표 당일인 30일 오후 8~9시(한국시간 31일 오전 8~9시)께 결과가 나온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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