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에서 150명 넘게 숨지는 최악의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 국내에서 일어난 압사 사고로는 1959년 부산공설운동장 ‘시민위안잔치’에서 67명이 숨진 이후 가장 큰 인명 피해다. 방재 전문가들은 “수백 명이 한꺼번에 밀면 작은 힘이라도 상상 이상으로 증폭된다”고 입을 모았다.
군중 압사 사고를 일으키는 물리적 요인 중 하나는 군중 압력이다. 사람들이 서로 기대고 미는 힘에 의해 질식하게 되는 것이다. 왕젠 중국 난카이대 도시안전연구원 교수는 2008년 논문에서 “군중이 몰리며 생성되는 압력은 철제 펜스나 벽돌 벽도 파괴할 만한 수준”이라며 “압력에 의해 선 채로 질식해 숨지기도 하고, 실수로 넘어진 사람에게 걸려 또다시 넘어지는 사람이 쌓이는 ‘도미노 효과’가 발생한다”고 했다.
논문에 따르면 1989년 영국 셰필드에서 일어난 힐스버러 스타디움 참사에서 군중의 압력을 받아 휘어진 철제빔을 분석한 결과 1m 길이 벽에 4500N(뉴턴)을 넘는 압력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4500N은 지구 중력이 약 459㎏의 질량을 가진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인데, 사람들이 넘어져 수직으로 쌓이지 않고 수평으로 기대는 힘만 더해져도 이 정도 힘이 가해진다는 의미다. 사람들이 수직 방향으로 넘어져 깔린 이태원 참사는 이보다 훨씬 큰 힘이 가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압력이 가해지면 사고는 순식간에 발생한다. 사람의 체격과 나이 등에 따라 다르지만 수초에서 수분이면 압력에 의해 질식사하기 때문이다. 왕 교수 논문에 따르면 사람은 중력 방향으로 635㎏의 압력을 받으면 15초, 113㎏의 압력을 받으면 4~6분 만에 숨진다. 평균적으로 성인 1명이 특정 방향으로 가기 위해 신체를 기대면 260N의 힘, 약 26㎏으로 짓누르는 압력이 생긴다. 성인 4~5명이 수평 방향으로 기대는 힘만 받아도 수분 안에 질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태원 참사에서 사람이 깔렸다는 최초 신고는 지난 29일 오후 10시24분에 접수됐다. 10분도 안 돼 용산 관내 구급차량이 총출동했지만, 구급대원들은 1시간이 지나서야 인파가 몰린 골목을 뚫고 현장에 접근할 수 있었다. 왕 교수는 “군중 압사는 재난의 모든 과정이 수분 안에 발생한다”며 “당장 구조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군중 속에서 서서히 죽어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물리적 요인은 군중 밀도, 즉 정해진 면적 안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정도다. ㎡당 7.13명의 사람만 모여도 치명적인 밀도로 분류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 골목은 폭 3.2m에 길이 40m의 좁은 길로, 면적은 128㎡가량이다. 이 길에 군중이 912명만 몰려 있어도 치명적인 밀도라는 의미인데, 현장 사진을 보면 이를 훌쩍 뛰어넘는 수의 사람이 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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