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전·월세 물건은 7만4671건으로 한 달 전(6만3914건)에 비해 16.8% 급증했다. 지난 1월과 비교하면 매물이 무려 50.7% 늘었다.
공급이 넘치자 전셋값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이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5억9966만원(국민은행 집계)으로 작년 2월 5억9739만원을 기록한 뒤 1년8개월 만에 처음 6억원 밑으로 내려갔다. 23억원까지 치솟았던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 전셋값은 최근 호가 기준 16억원대로 내려앉았다.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작년 10월 전셋값이 11억7000만원까지 올랐다가 이달 들어 2~3년 전 시세와 비슷한 8억원대 중반으로 하락했다. 단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셋값을 내려도 세입자를 구하기 힘든 탓에 이사를 가야 하는 기존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애태우는 일이 잦다”며 “인근에 아현2구역 재개발(마포더클래시) 입주가 12월부터 시작되면 물건이 쏟아져 전셋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전했다.
전·월세 매물이 급증한 것은 집주인들이 아파트를 당장 파는 것을 미루고 전·월세로 내놓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은 지난 9월 말 6만848가구에서 한 달 만에 5만6081가구로 줄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 6000건을 웃돌았던 월간 아파트 거래량이 최근 수개월간 10분의 1인 600건대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내년부터 무주택자와 1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을 50%까지 완화하고, 15억원 초과 아파트에도 대출을 허용하면 집값 하락세가 진정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도 입주 물량 폭탄으로 역전세난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와 인천은 올 1월 말 각각 4만1784건, 9281건에 불과했던 전·월세 매물이 이달 말 기준 9만691건, 1만9789건으로 폭증했다. 서울 외곽 전셋값도 하락하다 보니 금리 상승으로 전세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세입자들이 싼 전세를 찾아 서울을 빠져나가기도 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시장금리 상승세가 멈추기 전까지는 역전세난이 해소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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