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이궁 기다리다 목 빠지겠네"…면세점 한숨 깊어지는 이유

입력 2022-11-01 22:00   수정 2022-11-01 22:40

"동남아시아와 미국 등을 중심으로 외국인 고객이 늘어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역부족입니다."

지난 9월 국내 면세점 매출이 올해 들어 월간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업계 표정은 여전히 어둡다. '큰 손'인 중국인들이 돌아와야 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중국 당국의 '제로 코로나' 봉쇄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1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9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7682억원으로 전월(1조5701억원)보다 12.6% 증가했다. 면세점 매출을 좌우하는 외국인이 늘어난 덕분이다. 외국인 매출은 15.5% 늘어난 1조6527억원으로 집계됐다. 7월 바닥을 찍고(1조77억원) 올라오는 형국이다. 외국인 이용자 수도 16만4700명으로 올해 최다를 기록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면세점 입장에선 매출을 좌우할 중국 보따리상 '따이궁' 수요가 예전만 못해 걱정스럽다. 중국 주요 도시 봉쇄와 현지 소비 부진 영향에 국내 면세점도 발목이 잡힌 셈이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신라면세점 실적이 이를 방증한다. 호텔신라의 면세점(TR) 부문 매출은 1조19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97% 급감한 6억원에 그쳤다. 신라면세점이 시장점유율 확보 전략을 펼치면서 매출 의존도가 큰 따이궁에 높은 수수료를 지급해 이익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달러 대비 위안화 약세가 이어지며 따이궁의 수익성이 악화돼 면세점이 지불하는 수수료율은 한층 높아졌을 것"이라면서 "신라면세점은 경쟁사 대비 더 많은 수수료를 지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단체관광객 회복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자유여행객(FIT) 중심 유입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미국과 동남아 지역 등 최근 돌아온 외국인 고객들의 경우 쇼핑관광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던 중국인 고객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객단가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국내 고객의 경우 달러화 강세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140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로 면세점 쇼핑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면세점들은 원·달러 환율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포인트를 증정하는 '환율 보상 이벤트'를 벌이고 있지만 이 역시 마케팅비 부담으로 돌아온다.

업계에서는 일본 등 아시아 국가가 관광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만큼 연말부터 내년까지는 이들 국가의 관광객들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최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이 앞다퉈 관광 규제를 완화하고 있어 고수익성 FIT 관광객 회복세가 빠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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