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과학기술원, 해양산업 오픈랩 구축…해일 피해·빌딩풍 등 재난 예측한다

입력 2022-11-01 18:36   수정 2022-11-02 00:21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태풍 힌남노 상륙(9월) 하루 전에 해운대구 마린시티의 월파(파도가 방조제 등을 타고 넘어오는 현상)량과 월파 피해 구역을 정확하게 예측했다. 기상청의 기상 정보와 국내 연안 정보는 물론, 일대의 공간 정보을 가상공간에 구현한 분석 시스템으로, 월파 피해가 큰 지역 중 하나인 마린시티를 우선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특정 시간대의 월파량이 색깔별로 표현되고, 마린시티 일대 블록의 어느 지점에서 피해가 클지 예측이 가능하다.
지역 현안 해결에 앞장
KIOST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부산시의 지원을 받아 2018년부터 첨단 해양산업 오픈랩 구축 및 실감형 융합 콘텐츠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 말 마무리되는 이 사업에는 146억여원이 투입돼 KIOST를 주축으로 기업과 대학이 참여, 다양한 주제의 사업을 진행한다. 해양공학 해양정책 해양과학 등 20여 명의 KIOST 연구진이 참여해 디지털트윈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연구를 했다. 올해에만 38건의 기업 지원과 77건의 장비 및 전문가 지원이 이뤄졌다.

임학수 KIOST 책임연구원은 “부산 북항의 침수 가능성, 트램 도입 시 교통량 예측, 물고기 집단 폐사가 발생한 동삼해수천(영도구)의 수질 개선 방안 등 지역 현안에 관한 다양한 연구와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해양 환경 및 재해 안전 시뮬레이션 융합기술 개발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KIOST는 연안 자료 분석 및 가공 부문을 맡았다. 참여 기업 뉴레이어는 육상 공간정보시스템(GIS)을 기반으로 해상 GIS를 구축해 재난 시뮬레이션을 개발했다. 부경대는 가상현실·증강현실(VR·AR)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조석과 파랑, 태풍, 빌딩풍까지 예측이 가능하다.

오염물질 유입으로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 동삼해수천은 일대 해양 환경을 정밀하게 조사해 수치를 계산한 뒤 수질 개선을 위한 수문 운영 방안을 제시했고, 부산 북항은 디지털트윈 환경을 조성해 사람과 차량, 선박 및 인근 해역의 정보까지 망라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해양플랜트 설계도 국산화
부산의 주력 산업 중 하나인 해양플랜트업계의 고질적인 고민은 설계도면 확보다. 해양플랜트 제품은 내부 부품 간 결합과 체계적인 가동이 중요하므로, 설계도면은 관련 기술의 핵심으로 꼽힌다. KIOST는 3D 스캐닝 기반의 역설계 모델을 제시해 설계도면 국산화에 성공했다. 시중에 방치된 유수분리기를 싼값에 매입한 뒤 내부 부품을 스캐닝해 모델을 만들었다. 모델 가동에 대한 수치정보 해석은 한국해양대가, VR 가시화 및 센서 처리 기술은 부경대가 맡았다.

이외에도 선박 디지털트윈,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까지 오픈랩을 통해 국내외 논문 55건이 발표됐으며, 특허 출원 및 등록은 31건에 이른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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